27일 경북 청송군 대전사 보광전 앞 비탈길에서 소방관들이 불에 탈 만한 나무를 미리 베어내고 있다. 청송=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역대급 피해를 낳고 있는 경북 산불이 소나무 중심의 침엽수림으로 구성된 산림 구조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불에 약한 침엽수 대신 활엽수로 수종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7일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소나무는 활엽수보다 1.4배 더 뜨겁게 탄다. 불이 지속되는 시간도 2.4배 더 길다. 소나무는 겨울에도 잎이 그대로 붙어 있어 나뭇가지나 잎이 무성한 부분만 태우고서 확산하는 수관화(樹冠火)가 발생하기도 쉽다. 수관화가 생기면 많은 불똥이 만들어지고 불이 수십∼수백 m 날아가는 비화(飛火) 현상이 생긴다. 특히 소나무 송진은 테라핀과 같은 정유물질을 20% 이상 포함해 불이 잘 붙고 오래 타는 특성이 있다. 이 때문에 산불에는 ‘소나무’가 가장 취약한 수종으로 평가받는다.
이달 22일 산불이 시작된 의성을 비롯해 확산한 안동, 청송, 영양, 영덕 등은 우리나라에서 소나무 숲이 가장 많은 지역으로 꼽힌다. 산림청이 2020년 9월 발간한 임업통계연보를 보면 경북은 산림 면적 중 소나무 숲이 차지하는 비율(35%)이 전국에서 가장 높다. 경북 소나무(소나무·해송) 숲 면적은 45만7902㏊로 강원(25만8357㏊), 경남(27만3111㏊)보다 훨씬 넓다.
전문가들은 소나무 중심의 산림 구조를 개선하고, 불에 강한 활엽수 중심으로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참나무, 밤나무 등은 상대적으로 화재에 강해 방화림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병성 기후재난연구소 상임대표는 “산불이 발생한 지역 대부분은 숲 가꾸기 사업을 통해 활엽수를 제거하고 불에 약한 소나무만 남겨둔 곳”이라며 “지금 당장 소나무를 없애고 활엽수를 심자는 것은 아니다. 각종 나무 심는 정책 사업을 펼칠 때 소나무 식재를 금지하는 등 소나무 중심에서 활엽수 중심으로 변화를 줘야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산불이 발생할 때마다 수종 전환을 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며 “그동안 산불 발생 이후 대형 산불이 왜 발생했는지에 대한 조사나 책임은 없었다. 기본적인 개인 부주의나 기후 위기 영향 등과 같은 얘기 말고, 근본적으로 우리나라 숲 구조를 파고들어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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