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잡는 ‘대형 싱크홀’]
국토정보公 10년전 지하지도 제작
싱크홀 예측할 침하 이력 등 없이… 지하구조물-지반 정보 나열 그쳐
지자체 “싱크홀 대응에 쓴적 없어”
30일 오후 서울 강동구 명일동 지반침하(싱크홀) 사고 현장 모습. 2025.03.30 뉴시스
서울시가 땅꺼짐(싱크홀) 위험도를 보여주는 ‘싱크홀 지도’를 부실하게 만들고 비공개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이미 10년 전 800억 원 가까운 예산을 들여 만든 ‘지하 지도’ 역시 사실상 무용지물이 된 것으로 드러났다. 싱크홀 위험도를 예측하기 위한 필수적인 정보가 부재했고 10년간 업데이트도 되지 않은 탓이다.
21일 국토교통부가 윤종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토부 산하 한국국토정보공사(LX)는 2015년 ‘지하공간 통합지도’를 구축했다. 2014년 서울 송파구 등지에서 연이어 발생한 싱크홀 사고 이후 정부가 발표한 ‘지반 침하 예방 대책’의 일환이었다.
이 지도는 수도관·전기·가스관 등 지하 시설물 7종, 지하철·주차장 등 지하 구조물 6종, 시추·지질 등 지반 정보 3종 등 총 16종의 정보를 통합해 3차원(3D)으로 구현했다. LX는 2015년 송파구를 시작으로 2022년까지 전국 85개 시와 77개 군의 지하 정보를 구축했고, 이 과정에 투입된 예산은 총 784억8500만 원에 달한다.
그러나 동아일보 취재 결과 지도는 본래 목적인 싱크홀 예방에는 거의 기여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하 시설물과 지반 정보는 담겨 있지만, 단순히 정보를 수집해 나열한 수준에 불과했다. 싱크홀 위험도를 분석하거나 예측한 내용은 없었다. 위험도는 사용자가 직접 판단해야 하는 수준이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싱크홀 분석에 중요한 땅속 공동(空洞), 지반 침하 이력, 지하수 흐름 등의 정보가 현재 지도에는 포함돼 있지 않다”며 “지반 침하 분석에는 한계가 있고 관로 정비에 참고할 수준에 그친다”고 한계를 인정했다.
이 때문에 지도 활용도도 저조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해당 지도를 싱크홀 대응 업무에 참고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현재 이 지도는 화면 열람이나 종이 출력만 가능하다. 이용자가 거의 없다 보니 업데이트도 없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도를 지속적으로 활용하려면 공동 조사와 정밀 탐사 등을 통해 주기적으로 데이터를 갱신해야 하지만 예산이 부족해 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 등 일부 지자체는 자체 예산으로 싱크홀 예측 지도를 만들거나 별도로 위험도를 조사하고 있다. 지하 안전관리 시스템이 제각각 운영되면서 행정력과 예산이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의원은 “국토부의 지하공간 통합지도를 중심으로 전국 지하 정보를 통합하고, 지자체·공공기관·민간이 각각 운영하는 지하 안전관리 시스템을 일원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원철 연세대 건설환경공학과 명예교수는 “미국이나 영국처럼 국가 차원에서 장기간 정밀하게 지하 지도를 구축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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