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 빵공장 또 사망사고, 3년간 8명 사상… “구조적 안전문제”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5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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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컨베이어벨트에 상반신 끼어
동료 “몸 깊숙이 넣고 작업할 때도”
2차례 중대재해법 처벌에도 사고
경찰, 2인 1조 근무 위반 등 조사

서울 서초구 SPC그룹 본사. 2023.10.30 뉴스1
잇단 산업재해로 사회적 물의를 빚은 SPC 계열 공장에서 또 근로자 사망 사고가 발생하면서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 조사에 착수했다. 앞서 두 차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고발되고 과태료 처분까지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사망, 부상 사고가 이어지면서 기업의 전반적인 안전관리 체계에 구조적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 컨베이어 벨트에 윤활유 뿌리다가…

19일 경기 시흥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3시경 경기 시흥시에 있는 SPC삼립 제빵공장에서 50대 여성 근로자 양모 씨가 컨베이어 벨트에 윤활유를 뿌리는 작업을 하던 중 상반신 끼임 사고를 당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 당국이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양 씨는 두개골이 손상돼 있었고 이미 의식이 없는 상태였다.

사고가 일어난 곳은 뜨거운 빵이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이동하는 곳으로 양 씨는 벨트가 잘 돌아가도록 윤활유를 뿌리는 작업을 하다가 벨트에 몸에 끼이는 사고가 났다. 경찰 관계자는 “‘컨베이어 벨트가 삐걱대 몸을 깊숙이 넣어 윤활 작업을 해야 하는 상황도 있었다’는 근로자 진술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근무자 진술과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통해 구체적인 사고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다. 고용부 안산고용노동지청도 사고 접수 후 산업안전보건법 및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 수사에 착수했다. 현재 공장은 가동이 전면 중단됐다.

SPC삼립 측은 김범수 대표이사 명의로 발표한 사과문에서 “고인과 유가족에게 깊은 애도를 표하며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사건 수습과 재발 방지를 위해 모든 힘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 ‘2인 1조’ 미준수, 미흡한 설비 관리 문제 가능성

SPC그룹 계열사 사업장에서는 근로자 사망 및 부상 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다. 2022년 10월 15일 경기 평택 SPL 공장, 2023년 8월 8일 성남 샤니 공장에서도 근로자가 작업 도중 기계에 끼어 사망했다. 2022∼2025년 3년간 논란이 된 사건만 사망 3건, 부상 5건 등 8건에 이른다. 강동석 전 SPL 대표와 법인 등 사고 책임자들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돼 올해 1월 수원지법 평택지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과 벌금 1억 원 등을 각각 선고받기도 했다.

제빵업계는 반복된 사고의 배경으로 2인 1조 근무 원칙이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을 가능성을 지적한다. 실제 2022년 평택 SPL 공장 사고 때도 2인 1조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음이 드러났다. 업계 관계자는 “식품 공장에서 인건비 부담 이슈로 2인 1조 운영이나 현장 지도자 배치 등 안전 매뉴얼이 도외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SPC의 복잡한 제조공정과 다양한 기계 설비에 비해 정비 작업에 대한 안전 관리가 미흡한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김찬오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명예교수는 “SPC 같은 식품 제조업체는 원료 종류가 많고 공정이 복잡하다. 기계 설비가 다양하다 보니 보다 세밀한 안전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행 법체계의 비효율성과 안전 불감증 등이 반복적인 사고의 구조적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진우 서울과기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중대재해처벌법 개정 이후 기업 공장 현장에 가면 형사처벌을 회피하기 위한 형식적 안전만 챙기는 경우도 늘었다”고 지적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반복적인 사고가 발생하는 것은 작업장에 분명히 안전 문제가 있다는 방증”이라며 “2인 1조 근무 등 기본적인 안전 수칙을 꼼꼼히 확인하고 현장 중심의 실효성 있는 안전관리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2인 1조 근무 등 안전 수칙을 지켰는지 정확히 따져보고 있다”고 전했다.

#시흥#삼립#SPC#제빵공장#산업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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