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극단 선택을 한 제주의 한 중학교 교사가 생전 학부모 민원에 시달렸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교권 침해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2023년 7월 서울 서초구 서이초 사건과 교권 추락 논란 당시 교사들은 거리로 나가 대규모 집회를 열었는데, 2년 만에 다시 교원 사회가 들끓는 분위기다. 반면 일부 학부모들은 학교나 교육청을 상대로 오히려 소송을 제기하며 맞대응하면서 학교 현장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수도권의 한 중학교 교사는 지난해 학생에게 수업 중 휴대전화를 쓰지 말라고 지도했다가 학부모로부터 “인권 침해 아니냐. 선생이 그래도 되냐”며 폭언이 담긴 민원을 10여 차례 받았다. 이후 교권보호위원회가 열렸고 해당 학부모에게는 ‘교사에게 서면으로 사과하고 재발 방지 서약을 하라’는 처분이 떨어졌지만, 학부모는 불복해 학교와 교육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피해 교사는 기자에게 “내가 직접 소송 당사자는 아니지만 여전히 그 사건에 대해 주변에 설명해야 하는 상황이 생겨 괴롭다”고 말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교권이나 교육 활동을 침해해 사과, 재발 방지 서약 등 처분을 받은 학부모는 2023년 117명에서 지난해 281명으로 늘었다.
경기의 한 중학교 교사는 숙제를 안 해온 학생에게 주의를 줬다가 학부모로부터 “공개적 면박은 학대”라는 민원을 받았다. 해당 학부모는 학교와 교육청을 상대로 행정소송도 제기했다. 해당 교사는 “학생을 지도하는 것도 죄가 되냐”고 토로했다.
교권 침해가 아니더라도 학부모가 자녀의 사안을 가지고 학교, 교육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경기의 한 고등학교 학생은 다른 학생 물건을 훔쳐 두 차례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고, 지난해 학교에서 생활 지도 징계를 받았다. 이후 3학년이 된 자녀의 대입에 불이익을 받을까 우려한 학부모가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이 남는 징계를 취소해 달라’며 올해 초 학교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걸었다. 교육계에선 학부모가 시간을 지연시킬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소송이 진행 중일 경우 징계가 확정되지 않고, 3학년 2학기 학생부는 대입에 반영되지 않는다. 패소하더라도 시간을 끌면 대입에 징계가 반영되지 않는 것이다.
교권 추락 논란이 다시 커질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 한국교원단체총연합(교총),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등은 14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전국교사집회를 연다고 밝혔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명예교수는 “교권 문제가 소송전으로 이어지면 교사가 심리적 부담을 느낄 수 있다. 되도록 교사 개인이 아니라 교육 당국이 대응하도록 해야 한다”면서 “소송은 권리이지만 남용되지 않게 하는 법적 장치도 필요하다. 교권 침해 후 행정소송 패소를 반복하는 학부모에 대해 가중 처분 조항 마련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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