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특검 수사]
임기훈 前비서관 등 당시 참석자들
휴대폰 압수… 회의 실체 규명 총력
‘尹통로’ 이시원-이종호 압수수색도… 특검, 김태효 오늘 피의자 신분 소환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채 상병 특검이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를 압수수색하기 위해 청사에 진입하고 있다. 뉴스1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및 외압 의혹을 수사 중인 채상병 특검(특별검사 이명현)이 10일 ‘VIP(윤석열 전 대통령) 격노설’, ‘경북경찰청 사건 회수’,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 등 특검 수사 대상이 되는 핵심 사건 관계자들에 대한 전방위 압수수색에 나섰다. 출범 이후 첫 강제수사다. 특검이 윤 전 대통령의 격노 의혹으로 시작된 여러 사건에 대해 수사를 본격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모든 의혹의 정점으로 꼽히는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망도 조이고 있다.
● ‘VIP 격노 회의’ 실체 캐기 위해 압수수색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검은 이날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임기훈 전 대통령국방비서관, 김형래 전 국가안보실 행정관 등 2023년 7월 31일 대통령 주재 국가안보실 회의 관련자들의 자택과 사무실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냈다. 특검은 압수수색 대상이 된 이들의 휴대전화 등을 압수했고, 이를 분석해 해당 회의에서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규명할 방침이다.
당시 회의에서 윤 전 대통령은 해병대 수사단이 ‘임 전 사단장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이첩한다’고 보고하자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하겠냐’며 격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전 비서관은 해당 회의에 참석했고, 이 전 장관은 해당 회의가 끝난 후 대통령경호처 명의로 된 대통령실 번호(02-800-7070)로 전화를 받고 해병대 수사단에 이첩 보류를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이런 일련의 과정이 윤 전 대통령의 외압 때문이었다고 의심하고 있다.
압수물 분석이 끝나면 특검은 이들을 불러 당시 회의 상황과 윤 전 대통령의 지시 사항에 대해 캐물을 방침이다. 앞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로 해당 회의의 전말은 상당 부분 드러났다. 공수처는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의 휴대전화에서 김 전 사령관이 해병대 고위 관계자들과 통화하면서 윤 전 대통령의 격노와 관련해 대화한 내용을 확보했다. 해당 자료는 특검에 전달됐다고 한다.
다만 특검은 당시 회의 참석자나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지시를 받은 사람들의 진술 등을 확보하진 못했다. 이 전 장관, 임 전 비서관 등을 부르려는 이유다. 해당 회의에 참석한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도 피의자 신분으로 11일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김 전 차장은 공수처 수사에선 참고인 신분이었지만 특검 출범 이후 피의자로 입건됐다. 특검은 국가안보실 회의에서 윤 전 대통령이 김 전 차장에게 특별한 사항을 지시했는지, 회의 이후인 2023년 8월 1, 2일에 어떤 조치들을 취했는지 등에 대해 물을 계획이다.
특검은 ‘VIP 격노’ 회의 이후 벌어진 여러 의혹과 관련된 강제수사도 이날 진행했다. 2023년 7월 31일 이 전 장관이 대통령실 전화를 받고 주관한 회의에 참석한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의 자택과 국방부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당시 회의에는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 정종범 전 해병대 부사령관과 함께 전 대변인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의에서 정 전 부사령관이 작성한 이른바 ‘정종범 메모’에는 ‘최종 정리는 법무에서 해야 한다’, ‘누구누구 수사 언동하면 안 된다’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이를 사건의 핵심 증거로 보고 있으며, 이 회의에서 이 전 장관이 정 전 부사령관에게 사건 보류 지시를 내린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시원 전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에 대한 압수수색도 이날 진행됐다. 특검은 이 전 비서관이 2023년 8월 2일 해병대 수사단이 이첩한 사건을 군 검찰단이 회수한 사건에서 주요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에 대한 압수수색도 이뤄졌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 김건희 여사의 계좌를 관리해 온 걸로 알려진 이 전 대표는 임 전 사단장 구명을 요청했다는 구명 로비 의혹과 관련해 특검팀의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에 본격 착수한 특검은 이들에 대한 조사 내용을 토대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앞서 이명현 특검은 지난달 22일 기자들과 만나 “윤 전 대통령은 다른 수사가 이뤄진 후 마지막에 소환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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