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자료로 격하되는 AI교과서 “검증없이 추진, 실패 자초”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7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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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법 내달 국회 본회의 통과 전망
사용 의무 사라져 학교장 재량 결정
사실상 축소 또는 중단 가능성 커
일각 “AI교육 강화 시대 흐름 맞춰야”

2조 원을 투입해 정부가 올해 3월 도입한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의 법적 지위가 ‘교과서’에서 ‘교육 자료’로 격하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이르면 8월 초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전망이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각 학교에서 AI 디지털교과서를 사용할 의무가 사라져 AI 디지털교과서 활용이 사실상 축소 또는 중단될 가능성이 크다.

AI 디지털교과서는 올해 1학기부터 일부 초등학교 3, 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 영어, 수학, 정보 과목에 도입됐다. 교육 현장에서는 충분한 효과 검증 없이 AI 디지털교과서 전면 도입을 추진해 정부가 정책 실패를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AI 디지털교과서를 활용한 교육이 ‘디지털·AI 교육’을 강화하는 시대적 흐름에 맞고, 수준별 맞춤 교육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만큼 학교에서 시간을 두고 효과를 검증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있다.

● 일선 학교 “AI 교과서 더 사용할 이유 없어”

개정안의 핵심은 AI 디지털교과서를 교과서가 아닌 학교장 재량으로 도입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교육 자료로 낮추는 것이다. 개정안은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해 본회의 통과만 남겨 두고 있다.

개정안이 확정되면 4월 말 기준 전체 학교 중 34.2%가 채택한 AI 디지털교과서 활용이 일선 학교 현장에서 줄어들 전망이다. 교육자료가 돼 개별 학교가 구독료를 내야 하면 교육청별 예산 지원 규모에 따라 채택률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전북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AI 디지털교과서를 채택한 이유는 교과서 예산을 지원받을 수 있었기 때문인데 교육자료가 되면 학교가 개별 구매해야 한다”며 “대체할 콘텐츠도 많아 굳이 쓸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디지털 기기 과몰입에 대한 학부모 우려를 잠재우지 못하고, 충분한 시범 기간 적용 없이 전면 도입을 추진하려 한 것이 정책 실패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장은 “교육청에서 무료로 지급하는 태블릿도 학부모들이 디지털 기기 과다 사용을 우려해 거부하는 상황에서 AI 디지털교과서를 도입하면 집중도가 떨어질 것이라는 반발이 컸다”고 말했다. 또 AI 디지털교과서가 학생에게 미치는 정서적, 신체적 영향을 분석하지 않은 채 학생들을 실험대에 올린 것 아니냐는 의견도 많았다. 한 대학 교육학과 교수는 “교사는 수업 운영에 대한 자율권을 존중받기를 원하는데 의무로 도입해야 한다고 하고, 학부모나 학생 입장에서도 사교육과 달리 선택의 여지 없이 강요당하듯 추진된 정책에 거부감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 수준별 수업, 사교육 소외 지역에 긍정적 역할도

일부 교사와 교육 전문가들은 AI 디지털교과서가 교사의 수업 보완 도구로서 장점도 있는 만큼, 콘텐츠가 사장되기보다는 점진적으로 보완되도록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정부가 선도학교를 운영하고, 자발적으로 AI 디지털교과서를 활용해 수업하려는 교사를 지원해 장기적으로 교육 현장에서 효과가 입증된 사례를 쌓아야 한다는 것이다.

서지섭 교사노동조합연맹 디지털사업팀장은 “학기 말 수업 내용을 복습할 때 학생의 이해 수준에 따라 다른 콘텐츠를 제공해 주거나 영어 시간에 발음의 정확성을 검증하는 등의 장점이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특히 사교육 기회가 부족한 지역에서는 AI 디지털교과서를 활용한 맞춤형 수업에 대한 긍정적 의견이 많다.

송해덕 중앙대 교수는 “교육 정책은 일관성이 있어야 하는데 교육자료로 격하시키면 AI를 활용한 현장 교육을 후퇴시킨다”며 “많은 분야에서 AI가 활용되고 있고 교육에서도 써서 효과성이 검증돼야 하므로 사용 우수 사례에 대한 인센티브 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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