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부터 70대까지 여성을 강간·살해·유기한 ‘이춘재 연쇄살인사건’의 피의자 이춘재(56)가 34년 만에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2일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한다. 사진은 이춘재가 출석하는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 501호 법정. 2020.11.2/뉴스1 ⓒ News1
‘화성 연쇄살인’으로 알려진 이춘재 연쇄살인의 9차 사건 용의자로 몰려 억울하게 구속 수사를 받고 가혹행위를 당한 고 윤동일 씨의 재심에서 검찰이 무죄를 구형했다. 윤 씨에 대한 과거 기소가 잘못됐음을 인정한 것이다.
이 사건으로 윤 씨는 수개월간 옥살이를 해야 했으며, 출소한 이후에는 암 판정을 받았다. 투병 생활을 하던 그는 결국 1997년 9월 사망했다.
검찰은 9일 수원지법 형사15부(부장판사 정윤섭)심리로 열린 윤 씨 강제추행치상 사건 재심 결심 공판에서 이같이 구형했다.
검찰은 “오랜시간 고통받았을 피고인과 가족들에게 사죄한다”면서 “과거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해 피고인의 유죄 증거는 수사기관에서의 자백과 피해자의 진술”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고인 수사 경찰의 가혹행위는 불법임이 확인됐고 피해자는 법정에서 당시 고소장을 작성하지 않았으며 당시에도 피고인이 범인과 체격이 달라 범인이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며 “과거 피해자 진술 확보 과정에서 적법 절차가 준수됐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인을 범인으로 특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했다.
윤 씨 측 변호인 김칠준 변호사는 이날 최후변론에서 ”한편으론 불법구금, 불법연행 등 조작 수사가 검찰에 송치됐을 때 왜 걸러지지 않았을까 기소된 후 법원에서 왜 걸러지지 않았을까“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30년 전 우리 사회의 수사나 사법 시스템이 성숙하지 못했던 때 이야기로만 볼 수는 없는 사건“이라며 ”그 시대 있던 여러 불법 행위가 조사되고 판결로 남아 여러 형사 사건 재판 과정에서 중요 참고자료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박준영 변호사는 ”피고인이 사망했고 기억의 한계 등으로 실체적 진실에 장애가 많음에도 피고인측의 증거신청을 다 받아주고 꼼꼼히 증거조사를 해준 재판부에 먼저 감사드린다“고 했다. 이어 ”영원한 미제 사건으로 남을 화성 연쇄살인사건은 2019년 9월 진범 이춘재가 검거되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9차 살인사건 피해자 속옷 감정이 이루어지면서 풀렸다“고 덧붙였다.
앞서 윤 씨의 친형인 윤동기 씨는 1990년 경기 남부지역 연쇄살인 사건 범인으로 몰린 동생이 수사기관으로부터 가혹행위 등 인권침해를 당했다며 재심을 청구한 바 있다.
당시 만 19세였던 윤 씨는 1990년 11월 15일 발생한 이춘재 연쇄살인 9차 사건 용의자로 불법 연행돼 가족과 연락이 끊긴 상태에서 잠 안 재우기, 뺨 맞기 등 고문을 당하며 허위 자백을 강요받았다.
수사기관은 유전자(DNA) 검사 결과를 통해 윤 씨가 범인이 아님이 밝혀졌음에도 비슷한 시기 발생한 다른 강제추행 사건 용의자로 윤 씨를 기소했다. 이후 1991년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형의 판결을 받게 했다. 이 과정에서도 경찰과 검사는 감금, 고문 등 가혹행위로 윤 씨의 허위자백을 강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실화해위는 2022년 12월 ”경찰의 수사 과정에서 피해자에 대한 불법체포·가혹행위·자백 강요·증거 조작 및 은폐 등 불법적인 행위가 있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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