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이 갇혔어요” 허리까지 차오른 물에 뛰어든 경찰관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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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경찰청 기동대 김신환 순경
지난달 3일 침수 집서 노부부 구조
주민이 촬영, 국민신문고에 알려

“순식간에 물이 차올라 위험했습니다. 구조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습니다.”

김신환 광주경찰청 제3기동대 순경(35·사진)은 10일 폭우로 침수된 광주 북구 신안동 한 주택에서 80대 노부부를 구조한 당시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김 순경과 제3기동대 소속 김재화 경사(43), 광주 북부경찰서 류동석 경감(58)은 8월 3일 오후 7시경 폭우 피해가 잦은 신안동에서 교통 통제를 시작했다. 광주지역에는 이날 오후 3시 호우주의보가, 오후 7시 30분에는 호우경보가 발령됐고 하루 강수량은 186.7mm에 달했다.

기록적인 폭우로 이날 오후 11시쯤 신안동 일대가 침수되기 시작했다. 앞서 7월에도 침수 피해를 겪은 신안동 주민들은 거세게 내리는 비를 피해 저지대 주택가에서 빠져나와 도로로 대피했다. 이때 일부 주민이 “80대 노부부가 빠져나오지 못한 것 같다”고 외쳤다. 김 순경은 즉시 119에 구조를 요청했지만, 당시 신고 전화가 폭주해 신속한 대응이 어려웠고 경찰 지원 병력도 폭우로 현장에 제때 도착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김 순경은 망설임 없이 허리까지 차오른 물을 헤치고 노부부가 갇힌 주택으로 향했다. 그러나 집에 도착했을 때는 떠다니는 부유물 때문에 현관문이 열리지 않았다. 그는 창문을 통해 빠져나온 할머니를 업었고, 다른 시민 한 명이 할아버지를 업어 함께 물을 헤치며 탈출했다. 김 순경은 노부부를 안전한 곳에 대피시킨 뒤 곧바로 교통 통제 현장으로 돌아갔다.

신안동 일대는 약 한 시간 뒤 빗줄기가 약해지고 소방 당국의 배수 작업이 이뤄지면서 침수 상황에서 벗어났다. 김 순경은 대피해 있던 70대 시각장애인과 거동이 불편한 70대 할머니가 귀가할 때 따뜻하게 손을 잡고 귀가 차량까지 안내했다.

이 모습은 인근 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민 임모 씨가 촬영해 국민신문고 등에 제보했다. 임 씨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봉사하는 경찰관들의 노고가 알려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이후 유튜브를 통해 김 순경의 영상을 소개했다.

2023년 12월 경찰관 생활을 시작한 김 순경은 “폭우로 물이 순식간에 차올라 정신없이 구조를 했다. 시민 안전을 위해서는 언제든 달려가겠다”고 말했다.

#광주#폭우#침수#구조#경찰관#노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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