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제42대 대한체육회장 당선인이 16일 서울 중구 프레이저플레이스 센트럴 서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당선 소감을 말하고 있다. 유 당선인은 “역대 대한체육회장 중 가장 부지런한 일꾼이 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뉴스1
“대한체육회장으로 당선된 이후 축하를 정말 많이 받았다. 가장 기억에 남으면서도 한편으론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던 건 고 최숙현 선수의 아버지께 받은 카카오톡 메시지였다.”
제42대 대한체육회장에 당선된 유승민 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43)은 16일 서울 중구 프레이저플레이스 센트럴 서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유 당선인은 14일 치러진 선거에서 많은 이들의 예상을 깨고 가장 많은 표를 받았다. 당선 직후 체육계 선후배를 비롯해 각계각층의 사람들로부터 수많은 축하를 받았는데 그중에서도 최숙현의 아버지가 보내온 메시지가 새 체육계의 수장으로서 추구해야 할 중요한 가치를 깨닫게 했다고 한다. 트라이애슬론(철인3종) 국가대표 출신인 최숙현은 소속팀 감독과 선배 등의 폭언과 폭행에 시달리다가 2020년 극단적 선택을 했다. 최숙현의 아버지는 15일 오전 유 당선인에게 ‘대한민국 체육이 건강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가도록 응원하고 기대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유 당선인은 “예전에 아버님을 만난 적이 있다. 여러 사안 때문에 그런 부분들(선수 인권)이 조금은 잊혀진 것 같아서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나도 잠시 잊고 있었다”며 “선수와 지도자 등 체육인들이 (최숙현이 겪었던 것 같은) 환경에 노출되지 않도록 선수 인권을 더 강화해 건강한 문화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도 유 당선인에게 축하 전화를 했다. 바흐 위원장은 2016년부터 8년간 IOC 선수위원으로 전 세계를 쉼없이 달린 유 당선인에게 ‘하드워커’(hard worker·열심히 일하는 사람)라는 별명을 붙여준 사람이다. 유 당선인은 이번 회장 선거 운동 기간에 대한체육회 산하 68개 종목을 직접 체험한 영상을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선거인단 모두(2244명)에게 투표에 참여해 달라고 일일이 연락했다. 유 당선인은 “바흐 위원장님이 내게 붙여 주신 별명 때문에 쉴 수가 없다고 말씀드렸다. 바흐 위원장께서 IOC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이어가자고 하셨다”고 전했다.
유 당선인은 이번 선거에서 총 투표수 1209표 중 417표(34.49%)를 얻어 3선에 도전했던 이기흥 대한체육회장(379표)을 제치는 이변을 일으켰다. 유 당선인은 “지금까지 여러 기적을 만들어내며 이 자리까지 왔다. 이제 대한민국 체육의 변화라는 기적을 만들어내고 싶다. 역대 대한체육회장 중 가장 부지런한 일꾼이 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유 당선인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 탁구 남자 단식 결승에서 중국의 차세대 에이스 왕하오를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때부터 유 당선인은 ‘기적의 사나이’로 불렸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때 치러진 IOC 선수위원 선거에서도 그의 당선을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지만 23명 중 2위로 당선됐다.
대한체육회는 이기흥 회장 재임 시절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면서 예산이 1000억 원가량 줄었다. 양측의 갈등을 속히 풀어내야 하는 유 당선인은 이날 기자회견에 앞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장미란 문체부 2차관을 만나 지원을 약속받았다고 했다. 그는 “장관님과 차관님께서 내가 앞으로 추진하는 체육 사업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시원하게 말씀해주셨다”면서 “학교 체육 및 지방 체육 활성화에 대해선 장관님도 많이 공감하셨다”고 말했다.
대한체육회는 산하 단체 회장 당선인에 대한 인준권을 가지고 있다. 문체부가 자격정지 이상의 중징계를 해야 한다고 했던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4선에 도전하고 있다. 유 당선인은 “체육회에 마련돼 있는 시스템에 따라 여러 부분을 꼼꼼히 살펴보겠다. 여론에 휩쓸리지 않고 공정하고 투명하게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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