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스 포옛 전북 감독(58·우루과이)은 5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2025시즌 K리그1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사진 촬영을 위해 우승 트로피에 손을 얹어 달라는 요청을 받자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정상에 오르고 싶다면 우승하기 전에 트로피를 만지지 말라’는 유럽 축구계 속설 때문이다. 유럽에서 사령탑 활동을 해 온 포옛 감독은 지난해 12월 전북과 계약해 이날 처음 K리그1 미디어데이에 참석했다. 포옛 감독은 옆에 서 있던 이정효 광주 감독(50)이 팔을 잡아당기자 겸연쩍게 웃으며 트로피를 잡았다.
포옛 감독이 조심스럽게 행동한 건 전북의 무너진 자존심을 우승으로 회복하겠단 욕심 때문이다. K리그1 최다(9회) 우승팀 전북은 포옛 감독 부임 전인 지난 시즌 1부 리그 12개 팀 중 10위에 그쳐 승강 플레이오프(PO)까지 내몰리는 수모를 겪었다. 서울 이랜드(2부 리그)와의 승강 PO에서 이겨 1부 리그에 잔류했지만 팬들의 실망은 컸다.
2025시즌 K리그1 개막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감독들이 우승 트로피에 손을 올리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판곤 울산 감독, 박태하 포항 감독, 이정효 광주 감독, 거스 포옛 전북 감독. 뉴스1.
‘명가 재건’에 나선 전북은 선덜랜드(잉글랜드), 레알 베티스(스페인), 그리스 국가대표팀 등을 이끌었던 포옛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한때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 후보로도 거론됐던 그는 역대 최고 이름값의 K리그 외국인 사령탑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포옛 감독은 “전북이 마땅히 있어야 할 위치로 돌아갈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올 시즌 K리그1은 15일 개막한다. 전북과 울산, 포항, 광주는 다음 주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경기 일정(11~13일)으로 인해 이날 K리그1 개막 미디어데이를 먼저 진행했다. 나머지 K리그1 팀들의 미디어데이는 13일 열린다.
이날 한국인 사령탑들은 포옛 감독의 K리그1 입성을 환영하면서도 쉽지 않은 여정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태하 포항 감독(57)은 “K리그1은 정말 어려운 리그다. 전북을 되살리기 위해 많은 일을 하셔야 할 것 같은데 행운을 빈다”고 말했다. 포옛 감독은 “부담감을 잘 이겨내겠다”고 답했다.
포옛 감독은 전북의 부활을 위해 선수들이 원점에서 경쟁하도록 하고 있다.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전북 박진섭(30)은 “감독님께서 정해진 베스트11은 없다고 하셨다. 전술적으로 지켜야 할 ‘골든 룰’을 어기면 경기장에 나갈 수 없다고도 하셨다”고 전했다.
디펜딩 챔피언 울산은 4연패에 도전한다. 1983년 프로축구 출범 이후 연속 4번 우승 한 팀은 5연패(2017~2021년)를 달성한 전북뿐이다. 김판곤 울산 감독(56)은 “리그 4연패를 포함한 더블(2관왕)이 목표다”라고 했다. 울산은 올 시즌 K리그1과 코리아컵, ACL, 클럽월드컵 등 4개 대회에 나선다.
2025시즌 K리그1 개막 미디어에디에 참석한 감독들이 새 시즌 각오를 밝히고 있다. 왼쪽부터 김판곤 울산 감독, 박태하 포항 감독, 이정효 광주 감독, 거스 포옛 전북 감독. 뉴시스.지난 시즌 도중 울산에 부임한 김 감독에겐 올 시즌이 자신의 축구 색깔을 보여줄 수 있는 사실상 첫 시즌이다. 김 감독은 지난해 7월 축구대표팀 사령탑으로 자리를 옮긴 홍명보 감독(56)에 이어 울산을 맡았다. 울산은 비시즌에 공격수 허율(24), 수비수 이재익(26) 등 젊은 선수들이 새로 합류했다. 김 감독은 “역동적으로 경기를 지배하는 전술에 어울리는 선수들을 영입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포항의 코리아컵 2연패를 이끈 박태하 감독은 “K리그1에선 지난해(6위)보다 좋은 성적을 내고 싶고, 코리아컵에선 3연패를 이뤄내고 싶다”고 했다. 지난 시즌 9위 광주의 이정효 감독은 “다른 팀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서라도 중위권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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