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풍 타고 온 행운… 김건희, 男하프파이프 사상 첫 金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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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선 취소돼 예선 성적으로 1위
銅 이지오와 최초로 동반 메달
이채운과 밀라노올림픽 입상 꿈꿔

한국 남자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대표팀이 13일 2025 하얼빈 겨울아시안게임을 역대 최고 성적인 금 2, 동메달 3개로 마친 뒤 태극기를 펼치고 기념사진을 남기고 있다. 왼쪽부터 김수철 감독, 김건희, 이채운, 윤정민 코치, 이지오. 야부리=임보미 기자 bom@donga.com
17세의 고교생 스노보더 김건희(17)에게 ‘행운의 여신’이 강림했다. 13일 중국 야부리 스키리조트에서 열릴 예정이던 2025 하얼빈 겨울아시안게임 스노보드 남자 하프파이프 결선이 강풍으로 취소됐다. 이에 따라 하루 전 예선에서 78점으로 1위에 올랐던 김건희가 그대로 금메달의 주인이 됐다. 한국 하프파이프 선수의 아시안게임 사상 첫 금메달이다. 이전 최고 성적은 권이준(28)이 2017 삿포로 대회 때 기록한 은메달이었다.

이날 돌발적으로 부는 강풍에 선수들의 부상을 우려한 참가국 지도자들은 결선을 취소하고 예선 성적으로 순위를 매기기로 했다. 그러면서 예선 1, 3위에 올라있던 김건희와 동갑내기 이지오(69.75점)가 그대로 금, 동메달 동반 입상을 확정지었다. 아시안게임 동반 메달 역시 처음이다.

깜짝 금메달의 주인공이 된 김건희는 소감을 묻는 질문에 “솔직히요?”라고 웃으며 “처음에는 취소가 아니라 (결선 경기) 연기라고 들었는데 취소돼서 너무 좋았다. 메달은 자신 있었는데 금메달까지는 기대하지 못했다. 아시안게임이 4년마다 열리기 때문에 4년 뒤에 따자는 마음이었는데 이번에 먼저 따게 돼 너무 기분이 좋다”고 했다.

김건희는 예선에서 프런트사이드 더블콕 1260(회전축을 두 차례 바꾸며 3.5회전)을 성공시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김건희는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올림픽에서도 포디움에 오르는 게 목표”라며 “한국 스노보드 하면 (이)채운이 형이 많이 꼽히는데 저도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사실 이날 모든 이들의 이목은 2023 국제스키연맹(FIS)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세계선수권 우승자 이채운(19)의 2관왕 달성 여부에 쏠려 있었다. 이채운은 8일 주 종목이 아닌 슬로프스타일에서 한국 프리스타일 스노보드 선수로는 처음으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냈다.

하지만 이채운은 예선에서 김건희와 같은 종류의 점프에 반 바퀴를 더 도는 프런트사이드 더블콕 1440(회전축을 두 차례 바꾸며 4회전)을 시도하다 착지에 실패해 예선에서 6위로 밀렸다. 이날 결선에서 역전 우승을 노렸던 이채운은 “2관왕에 도전하고 싶었는데 아쉽다. 예선에서 제가 부족했던 탓이다. 앞으로 더 집중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 드리겠다”며 “그래도 후배인 김건희 선수가 1등을 했기 때문에 같은 팀으로서 기분이 좋다”며 웃었다. 그는 “어차피 제 꿈은 올림픽 금메달이다. 내년 올림픽에서는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보여 드리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채운은 여자 하프파이프 최가온(17)과 함께 2026 올림픽 스노보드 하프파이프에서 금메달을 바라볼 수 있는 기대주로 꼽힌다. 8일 프리스타일 스키 하프파이프에서 금메달을 딴 이승훈(20)을 포함해 한국 프리스타일 스키·스노보드는 이번 대회를 금 3, 은 1, 동메달 6개로 마쳤다.

바이애슬론에서도 값진 은메달이 나왔다. 한국은 같은 날 열린 여자 계주(4 X 6km)에서 1시간29분27초3의 기록으로 중국(1시간29분6초3)에 이어 2위를 했다. 이날 두 번째 주자로 나선 러시아 출신 귀화선수 예카테리나 아바쿠모바(35)는 한국 바이애슬론 사상 최초의 겨울아시안게임 멀티 메달리스트가 됐다. 아바쿠모바는 11일엔 여자 7.5km 스프린트에서 우승하며 한국 바이애슬론 사상 첫 금메달을 안겼다.



#스노보더#김건희#男하프파이프#첫 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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