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두렁 잔디’에 쓰러진 린가드…추위 탓에 K리그 잔디 상태 최악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3월 4일 15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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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김천과의 K리그1 경기에서 드리블을 시도하는 FC서울 린가드(가운데).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출신인 FC서울의 공격수 린가드는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김천과의 프로축구 K리그1(1부) 안방경기(0-0 무승부) 전반 27분에 그라운드에 엎드려 고통을 호소했다. 홀로 방향 전환을 하다가 뿌리가 약한 잔디가 흙에 고정되지 않고 움푹 파이면서 발목을 접질렸기 때문이다.

쌀쌀한 날씨로 인해 잔디 뿌리가 그라운드에 제대로 내리지 못하고, 땅이 얼면서 이날 린가드 등 여러 선수들이 경기 도중 미끄러졌다. 김기동 서울 감독은 “선수들이 다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서울 수비수 김진수는 “공과 상관없이 뛰다가 넘어질 때도 많았다. 이런 상태에서 축구를 하는 게 맞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전북이 6일 예정된 시드니FC(호주)와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2 경기를 안방인 전주월드컵경기장 대신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치르는 것도 잔디 때문이다. 전북 관계자는 “AFC가 잔디 상태 등을 이유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경기를 치를 수 없다는 판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전북 공격수 이승우는 지난달 23일 안방에서 열린 광주와의 K리그1 경기(2-2 무승부)를 마친 뒤 “땅을 제대로 딛고 공을 차야 하는데 미끄러진다. 축구를 정상적으로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는 4일 보도자료를 통해 “잔디 품질이 손상되면 선수 안전이 위협받고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하기 어렵다”며 개선을 촉구했다.

올 시즌 K리그1은 울산이 참가하는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6월)과 K리거 위주로 구성된 국가대표팀이 치르는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7월) 일정으로 인해 예년보다 2주가량 빠른 지난달 15일 개막했다. 하지만 지난달부터 추위가 계속되고 눈이 내리면서 잔디 상태가 악화돼 한국프로축구연맹과 구단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각 구장을 관리하는 지자체는 꽁꽁 언 잔디 위에 천막을 덥고 온풍기를 틀어 녹이고 있지만 근본적 해결책이 되긴 어렵다. 일각에선 유럽 축구장처럼 그라운드 밑에 열선을 설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열선 설치는 예산이 많이 들고 공사 기간이 오래 걸린다는 문제가 있다. 한 프로축구단관계자는 “1년 이상이 걸리는 공사를 모든 구장이 진행하면 리그 진행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잔디 문제와 그라운드 환경 개선을 담당할 ‘피치어시스트팀’을 신설하는 등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연맹 관계자는 “잔디 문제가 있는 경기장은 개선 계획을 제출받고 꾸준히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축구#K리그#잔디#린가드#열선#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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