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빙상 잔디’에 선수·감독 작심 발언 “창피한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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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년 3월 5일 16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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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김천, 미끄러운 잔디에 곤욕…“혼자 넘어질 정도”
이른 개막과 추운 날씨 맞물려 그라운드 상태 엉망

관계자가 서울월드컵경기장 잔디를 체크하고 있다. 2024.9.29 뉴스1
관계자가 서울월드컵경기장 잔디를 체크하고 있다. 2024.9.29 뉴스1
안영준 기자 = 프로축구 K리그1 선수와 감독이 경기를 엉망으로 만든 ‘빙상 잔디’에 불만을 터뜨렸다.

빙상 잔디는 바람이 심하게 불고 기온이 뚝 떨어지는 등 혹한의 날씨 탓도 있지만, 최고의 경기를 펼칠 수 있도록 ‘무대’를 제대로 설치하지 못한 부실 관리가 더 큰 문제다.

FC서울과 김천 상무는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5 3라운드에서 0-0으로 비겼다.

체감 온도가 영하인 날씨에도 관중 2만4889명이 모였는데, 두 팀은 부진한 경기력 속에 단 한 골도 넣지 못했다.

헛심 공방의 문제는 잔디였다. 두 팀은 공격 축구를 펼치고자 했지만, 미끄러운 잔디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선수들이 잦은 실수를 범했고 경기 완성도는 떨어졌다.

올해 K리그는 클럽월드컵과 동아시안컵 등 여파로 예년보다 2~3주 정도 일찍 개막했는데 3월 초까지도 추위가 계속되면서 잔디 상태가 좋지 않다.

잔디가 얼어붙어 미끄럽고, 일부 잔디는 밟기만 해도 곧바로 파여 울퉁불퉁해졌다. 이른바 빙상 잔디다.

상황은 꽤 심각했다. 선수들이 그라운드 위에서 방향을 바꾸거나 킥을 할 때마다 위험천만한 장면이 나왔다. 린가드(서울)는 잔디가 크게 파이며 발목을 접질리는 부상을 당했고, 이동경(김천)은 결정적 찬스에서 아웃사이드 패스를 하려다 잔디가 미끄러져 헛발을 찼다.

경기 후 아쉬움을 표하는 김진수 ⓒ News1
경기 후 아쉬움을 표하는 김진수 ⓒ News1


경기 후 만난 김진수(서울)는 작심한 듯 일침을 쏟아냈다. 그는 “공이 없어도 (잔디 때문에) 혼자 넘어진다. 공을 차려고 하면 잔디가 밀린다. 이게 정말 맞는지 모르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정말 창피한 수준이다. 몇 번을 말해도 바뀌는 게 없다. 빨리 조치가 있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호펜하임(사우디)과 알나스르(사우디) 등 해외 무대에서도 뛰었던 김진수는 “다른 나라에서는 잔디로 고민한 적이 한 번도 없다. 훈련장도 경기장도 잔디는 늘 최상이라 고민거리가 아니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날 방향을 꺾다 몇 차례 통증을 호소했던 정승원도 아쉬움을 숨기지 않았다.
‘빙상 잔디’에서 뛰어 두 발목을 모두 다친 정승원 ⓒ News1
‘빙상 잔디’에서 뛰어 두 발목을 모두 다친 정승원 ⓒ News1

정승원은 “속도를 내서 뛰면 잔디가 다 들린다. 지금 양쪽 발목이 다 살짝 돌아갔다”며 통증을 호소했다. 안 좋은 잔디 상태가 선수 부상과 직결되는 셈이다.

또 정승원은 “뛸 때마다 계속 잔디 상태를 인지해야 한다. 하프타임 때도 선수들끼리 안전한 경기를 하자고 이야기를 나눴다. 평소였다면 더 적극적인 요구에 대해 대화했을 텐데, 그러지 못하고 잔디에만 집중해야 하는 부분이 제일 아쉽다”면서 “(부상 장면이 나오면서) 선수들이 다들 예민해져 있다”고 라커룸 분위기를 전했다.

돌파하는 서울의 린가드(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돌파하는 서울의 린가드(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승자가 나오지 않은 무득점 경기였던 탓도 있지만, 잔디가 경기를 지배한 탓에 이날 현장은 어수선했다.

경기 중 잔디를 걷어차며 크게 분노를 표하기도 했던 린가드는 여전히 분이 풀리지 않은 듯 이날 아예 인터뷰를 거절했다.

감독 기자회견에서도 잔디 이야기가 화두일 수밖에 없었다.

정정용 김천 감독은 “후방 빌드업으로 경기를 풀어가려 했는데 좋지 않은 경기장 환경 때문에 실수가 계속 나왔다. 전략적으로 완전히 새롭게 바꿔야만 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김기동 서울 감독은 “잔디가 경기에 악영향을 끼쳤다. 시즌 개막 때부터 잔디 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있다”면서 “날씨가 춥고 잔디가 얼어있어 이러다 선수들이 다칠 수 있다. 언제 개막하든 상관은 없지만 그러려면 제반 시설이 갖춰지지 않았다. 윗분들이 더 고민해 줬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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