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강백호는 8일 개막한 시범경기부터 1번 타순에 들어서고 있다. 8일 LG전에서는 무안타에 그쳤지만 10일 키움전에서는 안타 2개를 때려냈다. KT 제공
전통적인 야구에서 가장 강한 타자는 4번 타자다. 그런데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는 강타자의 타순을 앞당기는 추세가 된 지 오래다. LA 다저스의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50홈런-50도루를 기록한 오타니는 주로 1번 타자로 나가서 홈런을 양산했다. 1번 타순에서 때린 홈런만 35개다.
한국프로야구에서도 강타자가 2번 타순에 위치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런데 올해는 오타니처럼 ‘강한 1번’이 유행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우승 후보 중 하나로 꼽히는 KT가 시범경기에서 1번 강백호 카드를 시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백호는 10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키움과의 시범경기에 1번 지명타자로 출전했다. 8일 LG와의 개막전에 이어 두 번째다. 1회말 첫 타석부터 키움 선발 하영민을 상대로 호쾌한 2루타를 때린 강백호는 2회에는 볼넷을 골라 출루했고, 4회에는 우전 안타를 추가했다. 강백호는 이날 2타수 2안타 1볼넷 1득점으로 제 몫을 다했다.
‘강한 1번’은 이강철 감독의 고육책이기도 하다. 다른 팀에 비해 주력이 뛰어난 선수가 부족한 KT로서는 경기 초반부터 강공을 통해 밀어붙이는 게 더 유리하다는 계산이다. 이에 따라 작년까지 주로 2번이나 3번으로 나섰던 강백호가 1번에 배치됐다.
2번 타순에는 지난해 32홈런을 때린 거포 외국인 타자 로하스가 나섰다. 로하스 역시 이날 1회 선제 2점 홈런을 날리는 등 3타수 3안타 2타점의 맹타를 휘두르며 7-4 승리를 이끌었다. 강백호는 경기 후 “‘강한 1번’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진 않았지만 좋은 전략인 것 같다. 1번 타자라고 해서 기존 스타일을 바꾸는 건 아니다. (중심 타선에서) 하던 대로 과감하고, 공격적으로 임하면서 상대 투수에게 부담을 주는 타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키움 역시 1번과 2번 타순에 모두 거포 외국인 타자를 기용하는 시험을 했다. 1번 타자로는 3년 만에 키움으로 돌아온 전 메이저리거 푸이그가 위치했고, 2번에는 지난해 잠시 삼성에서 뛰었던 카디네스가 들어섰다. 푸이그는 1타수 무안타 2볼넷, 카디네스는 3타수 1안타 1타점을 각각 기록했다. 홍원기 감독은 “처음부터 강하게 밀어붙이기 위해 이런 타순을 짰다. 앞으로는 (이날 4번 타자로 나선) 송성문이 앞에 배치될 수 있다. 상대 투수 등 상황에 맞게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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