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윙크보이 ’이용대가 11일부터 영국 버밍엄에서 열리는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전영오픈에서 대표팀 코치로 데뷔한다. 요넥스 배드민턴단에서 4년째 플레잉코치를 맡고 있는 이용대는 “대표팀 지도자를 하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요넥스 제공
“대표팀 지도자를 하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배드민턴 혼합복식 금메달리스트 이용대(37)는 대표팀 코치 데뷔를 앞둔 7일 동아일보와 서울 은평다목적체육관에서 만나 이런 말을 했다. 이용대는 2022년부터 요넥스 배드민턴단에서 플레잉코치를 맡고 있는데, 11일부터 영국 버밍엄에서 열리는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전영오픈에 대표팀 코치로 나섰다. 대한배드민턴협회가 지난해 파리 올림픽 이후 김학균 감독 등 기존 코치진을 재임용하지 않으면서 현재 국제대회에는 각 실업팀의 감독과 코치들이 선수들을 지원하고 있다. 이용대 역시 이런 상황 덕분에 대표팀 지도자로 ‘임시’ 데뷔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용대가 대표팀 지도자에 자신감을 갖는 이유는 4년간의 플레잉코치 경험 덕분이다. 이용대는 “내 성격 탓인지 코치를 처음 했을 땐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화도 많이 냈다”며 “내 목표는 세계 1위에 향해있는데, 실업팀 선수 중엔 그렇지 않은 선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야 무조건 해. 왜 못해’ 이런 식이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선수들을 이해하고 끌고 가는 법을 터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용대는 “다만 대표팀 선수들은 나처럼 세계 1위를 목표로 하는 생각을 할 것이기 때문에 지금보다 훨씬 더 잘 지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2003년 최연소 나이로 배드민턴 남자 대표팀에 발탁됐던 이용대는 자신의 경험과 철학을 후배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요넥스 제공 이용대는 지도자 경력이 길진 않지만, 자신이 선수로서 했던 경험을 토대로 후배들을 지도하는 것이 특징이다. 다른 지도자보다 비교적 젊은 나이지만 최연소 국가대표 발탁이 된 뒤 세 차례의 올림픽 등 다양하고 큰 무대를 많이 경험했기 때문이다. 이용대는 “나도 선수들의 나이를 경험했고, 우여곡절이 많았다”며 “많이 이겨보기도 했지만, 항상 잘하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어떤 플레이를 했을 때 졌던 것을 안다. 그런 경험들을 선수들에게 알려주려고 하고 이를 토대로 성장하는 선수들을 보는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용대는 단순히 기술로만 후배들에게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A라는 상황에선 어떻게 해야 이길 수 있는 플레이가 된다’는 식으로 설명해줄 수 있는게 자신의 강점이라고 했다.
이용대가 기술보다 더 중요하게 후배들에게 가르치는 것은 자신만의 철학이다. 21점 3세트로 이뤄진 배드민턴 경기에서 단 1점도 쉽게 생각하지 말란 것이 핵심이다. 이용대는 “가장 싫어하는 선수가 멋있게 배드민턴을 하려는 선수”라며 “그런 선수는 1점을 멋있게 하려고 하다 배드민턴 자체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용대가 이런 철학을 갖게 된 것도 자신의 경험 덕분이다. 1996년 화순초 2학년 때 배드민턴을 시작한 이용대는 7년만인 2003년 화순중 3학년 때 역대 최연소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이용대는 “나도 배드민턴을 정말 잘했기 때문에 고등학생 때 멋있게 하려고 했던 적이 있다. 그런데 나는 그냥 대표팀에서 잘렸다”며 “그만큼 선배들이 나를 혹독하게 키워줬고, 그런 경험 속에서 생겨난 철학을 후배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것”이라고 했다.
이용대(왼쪽)가 7일 서울 은평다목적체육관에서 가진 동아일보와 인터뷰에서 자신의 제자 진용과 함께 카메라 앞에 섰다. 이용대는 2021년 직접 진용에게 소속팀 입단 제안을 한 뒤 자신처럼 복식 선수가 될 것을 권유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이용대가 다른 무대가 아닌 배드민턴계에 계속 남고 싶은 것도 이런 자신의 경험과 철학을 후배들에게 물려주고 싶기 때문이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이후 잘생긴 외모 덕분에 이용대는 방송가에서 자주 찾는 선수지만, 배드민턴 무대를 떠날 생각이 없는 이유다. 특히 자신의 뒤를 이을 선수로 진용(22)을 꼽으며 요넥스 배드민턴단에서 직접 지도하고 있기도 하다. 진용은 이용대가 2021년 직접 소속팀으로 스카웃을 해온 선수다. 이용대는 “방송이나 이런 것은 그냥 한 번씩 ‘바람을 쐰다’는 차원이고, 내 본업은 항상 이곳”이라며 “플레잉코치를 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기 때문에 조금 더 공부를 한 뒤 대표팀 지도자에 대한 기회가 주어진다면 도전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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