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여제’ 김연경(37·흥국생명)이 8일 정규리그, 챔피언결정전 통합우승으로 20년 프로 생활의 마침표를 찍은 가운데 챔프전 대결 상대였던 정관장의 투혼도 집중 조명 받고 있다. 정관장은 주전 선수들의 줄 부상 속에도 최종 5차전 마지막 5세트까지 혈투를 펼치며 김연경의 ‘라스트댄스’에 걸맞은 명품 조연 역할을 했다.
정규리그 3위를 한 정관장은 2위 현대건설과의 플레이오프부터 챔프전까지 15일간 이틀 간격으로 총 8경기를 펼치는 강행군을 이어갔다. 외국인 공격수 메가(무릎), 부키리치(발목), 세터 염혜선(무릎), 리베로 노란(허리) 등 주전 대부분이 부상을 달고도 경기에 나섰다. 일부 선수들은 진통제를 맞아가며 코트 위를 지켰다.
경기 내용도 치열했다. 인천에서 열린 1,2차전을 내주며 우승트로피에서 멀어지는 듯 했던 정관장은 안방 대전에서 3,4차전을 쓸어담으며 5차전까지 승부를 이어갔다. 2시즌 전 한국도로공사에 여자부 챔프전 최초 ‘역스윕’을 허용한 흥국생명 선수들에게 당시의 악몽을 떠올리게 했다.
두 팀은 챔프전 1~5차전 중 4경기에서 풀세트 접전을 펼쳤다. 6일 4차전(정관장 3-2 승)에선 여자부 챔프전 역사상 두 번째로 긴 2시간 35분 경기를 했다. 8일 5차전(흥국생명 3-2 승)에서도 5세트 모두 2점 차이로 승부가 갈릴 정도로 팽팽한 승부가 이어졌다. 승리에 대한 간절함으로 3차전 첫 승리 때 입은 와이셔츠를 4,5차전에 연달아 입은 고희진 정관장 감독은 상대의 맥을 끊는 절묘한 작전타임으로 팬들의 볼거리를 더했다.
경기 뒤 정관장 선수들은 눈물을 흘리면서도 현역에서 은퇴하는 김연경에 대한 축하를 잊지 않았다. 이날 준우승 시상식에서 ‘함께해서 영광이었다. 김연경 선수의 앞날을 정관장이 응원한다’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고 감독도 김연경과 포옹을 나누며 축하의 뜻을 전했다. 김연경도 “왜 한 팀이 승리하면 다른 한 팀은 꼭 패배해야 하나란 생각이 들었다”며 “정관장도 너무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 챔프전에서 많은 분들께 좋은 배구를 보여드릴 수 있어 좋았다”는 소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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