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색 캐디복 입고 아빠와 샷… 마스터스는 축제의 장[‘골프 대디’ 안재형의 마스터스 돋보기]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4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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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 전날 전통행사 ‘파3 콘테스트’
가족-연인 캐디로 나서 추억 만들기
공 툭 친 매킬로이 딸, 7m 퍼트 성공
욘람 아들, 골프공 발로 차려 해 웃음

로리 매킬로이(뒤)가 9일(현지 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린 마스터스 파3 콘테스트에서 딸 포피를 바라보며 ‘아빠 미소’를 짓고 있다. 오거스타=AP 뉴시스
로리 매킬로이(뒤)가 9일(현지 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린 마스터스 파3 콘테스트에서 딸 포피를 바라보며 ‘아빠 미소’를 짓고 있다. 오거스타=AP 뉴시스
안재형 한국실업탁구연맹 회장
안재형 한국실업탁구연맹 회장
‘결전의 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9일(현지 시간)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엔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마스터스의 전통 행사 ‘파3 콘테스트’가 축제 분위기 속에 열렸기 때문이다. 1960년부터 매년 대회 개막 전날 열리는 파3 콘테스트는 마스터스의 상징 같은 행사다.

파3 콘테스트는 골프장 내에 별도로 마련된 파3 9개 홀을 돈다. 출전 선수의 가족이나 연인, 지인 등이 캐디로 나서고, 가끔은 직접 샷을 하기도 한다.

참가 의무가 있는 건 아니다. 그런데도 선수들은 추억을 만들 수 있는 이 행사를 손꼽아 기다린다. 100야드 안팎의 홀들은 난도가 높지 않게 구성됐다. 파3 콘테스트를 위한 코스 설계 계획이 처음 나왔을 때 일부 골프클럽 회원들은 ‘어린이용 코스’라며 비웃었다고 한다.

이 행사의 주인공은 아이들이다. 선수들의 아들과 딸들은 앙증맞은 흰색 캐디복을 입고, 아빠처럼 멋진 샷을 구사하려고 애쓴다. 마스터스만 제패하면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하는 로리 매킬로이(36·북아일랜드)의 딸 포피(5)는 놀라운 퍼트로 명장면을 만들었다. 포피는 홀컵까지 7m가량 남은 상황에서 퍼터로 공을 ‘툭’ 하고 건드렸다. 곧 멈출 것 같던 공은 내리막 경사를 타고 계속 구르더니 홀컵 안으로 떨어졌다. 팬들은 엄청난 환호성을 질렀고, 매킬로이는 환하게 웃었다. 하지만 환호 소리에 놀란 포피는 아빠의 품에 안겨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매킬로이는 “즐거운 오후를 보냈으니 이제 잘 쉬면서 마스터스 1라운드를 준비하겠다”고 했다.

2023년 대회 챔피언 욘 람(31·스페인)의 아들 케파(4)는 골프공을 발로 차려 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 모습을 본 람은 “미래의 축구 스타인 아들아, 이왕이면 홀 쪽으로 차는 게 어떻겠니”라고 말했다. 아들 (안)병훈(34)이도 아내, 두 자녀와 함께 파3 콘테스트를 즐겼다. 요즘 골프를 배우기 시작한 손자 선우(5)는 아빠가 보는 가운데 열심히 퍼팅을 했다.

날이 밝은 후 95명의 출전 선수는 어제의 추억을 잊고 치열한 샷 대결에 돌입했다. 다행인 건 매킬로이도 병훈이도 파3 콘테스트에서 우승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역대 파3 콘테스트 우승자가 같은 해 마스터스 우승을 차지해 ‘그린재킷’의 주인공이 된 사례는 아직 한 번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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