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 빨리 굴러 ‘유리알 그린’… 김주형 “이게 마스터스구나 싶어”[‘골프 대디’ 안재형의 마스터스 돋보기]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4월 12일 01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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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킬로이는 더블보기 2차례 범해
그린재킷 2번 셰플러는 ‘노 보기’

사진기자로 변신한 ‘야구 전설’ 켄 그리피 주니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22시즌을 뛰며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켄 그리피 주니어가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에서 사진사로 나서 화제다. 그리피 주니어는 2010년 은퇴 뒤 스포츠 전문 사진작가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시애틀 선수 시절 모습. 사진 출처=PGA투어 x·AP 뉴시스
안재형 한국실업탁구연맹 회장
안재형 한국실업탁구연맹 회장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 마스터스가 열리는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파72)은 ‘유리알 그린’으로 악명 높다. 그린 스피드가 워낙 빨라 공을 원하는 곳에 세우기가 정말 어렵다. 사흘 전 연습 라운드 때 많은 비가 내린 탓에 올해는 그린이 과거보다 부드러울 것이란 전망이 있었다. 하지만 대회 1라운드가 치러진 10일(현지 시간) 화창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단단해진 그린은 선수들을 곤혹스럽게 했다.

마스터스만 제패하면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하는 로리 매킬로이(36·북아일랜드)는 이날도 빠른 그린에 무너졌다. 매킬로이는 14번홀까지 버디만 4개를 낚으며 순항했다. 사고가 벌어진 건 15번홀(파5)이었다.

매킬로이의 세컨드샷은 그린을 넘어갔지만 남은 거리가 22야드에 불과해 버디가 무난해 보였다. 하지만 매킬로이가 웨지로 친 공은 내리막 경사를 타고 계속 구른 뒤 물에 빠져 버렸다. PGA투어 사무국은 “매킬로이는 이 코스에서 가장 위험한 샷을 쳤다”고 했다. 결과는 더블보기였다. 매킬로이는 17번홀(파4)에서도 어프로치 샷을 핀 근처에 붙이지 못하면서 3퍼트로 또 더블보기를 했다. 1라운드 성적은 이븐파 72타(공동 27위)였다.

1오버파 73타(공동 38위)로 1라운드를 마친 김주형(23)도 “그린이 정말 빠르고 단단해서 공이 잘 미끄러진다. 이 정도 그린은 처음이라 ‘이게 마스터스구나’라고 느꼈다”고 했다. 이날 임성재(27)가 1언더파 71타(공동 11위)로 한국 선수 중 성적이 가장 좋았다. 안병훈(34)은 2오버파 74타(공동 51위)를 쳤다. 작년 신인왕 닉 던랩(22·미국)은 무려 18오버파 90타라는 아마추어 같은 스코어를 적어 냈다.

반면 두 차례 그린재킷을 입었던 스코티 셰플러(29·미국)는 세계 랭킹 1위다운 탁월한 쇼트게임 능력을 선보였다. 셰플러는 2번홀(파5)에선 서드샷을 핀에서 2m 거리에 정확히 떨어뜨린 뒤 버디를 낚았고, 4번홀(파3)에선 약 19m짜리 장거리 버디 퍼트를 성공시켰다. 무엇보다 안정적인 경기 운영으로 ‘노 보기’ 플레이를 했다. 4언더파 68타(공동 2위)를 기록한 셰플러는 “이 골프장에서 스코어카드를 (보기 없이) 깨끗하게 유지한다는 건 정말 기분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의 유리알 그린은 녹색 양탄자처럼 아름답지만 치명적인 발톱을 숨기고 있다. 까다로운 그린을 정복하는 자만이 그린재킷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PGA 투어#마스터스#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로리 매킬로이#골프#김주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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