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주(왼쪽)가 3월 31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포드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고 매니저인 심서연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 심서연 제공
“정말 뛰어났던 운동 선배이자 언니가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좋은 얘기도 많이 해주고, 밥도 차려 준다.”
김효주(30·세계랭킹 8위)는 8일 경기 고양 뉴코리아CC에서 열린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LET) 아람코 코리아 챔피언십 기자회견에서 최근 상승세의 비결 중 하나로 자신의 매니저를 꼽았다. 김효주는 3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포드 챔피언십에서 1년 5개월 만에 통산 7승을 달성했고, 지난달 시즌 첫 메이저대회 셰브론 챔피언십에선 준우승을 했다.
김효주와 미국에서 동고동락하는 매니저는 여자 축구대표팀 간판 수비수로 활약했던 심서연(36)이다. 2008년부터 국가대표를 지낸 심서연은 A매치 92경기에 출전했다. 지난해 말 은퇴한 심서연은 포드 챔피언십부터 김효주의 매니저를 맡고 있다. 둘은 과거 같은 후원사를 둔 인연으로 친분을 맺었다. 김효주와 함께한 첫 대회부터 우승을 합작한 심서연은 “‘궁합이 잘 맞는 것 같다’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다”고 했다.
국가대표까지 지낸 스타급 선수가 다른 종목 선수의 매니저로 활동하는 건 이례적이다. 심서연은 “작년에 (김)효주가 경기하는 걸 보러 미국에 갔었다. 마냥 밝게만 보였던 효주가 홀로 치열하게 투어 생활을 하는 모습을 보고 힘이 돼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매니저를 하겠다고 자청했다”고 말했다.
최근 몇 년간 전담 매니저가 없었던 김효주는 “공이 잘 안 맞아서 짜증을 내면 언니가 선수 생활 경험을 토대로 조언을 해준다”고 말했다. 축구 대표팀에서 주장 완장을 차기도 했던 심서연은 “즐기면서 자신 있게, 후회 없이 해보라는 말을 많이 해준다. 선수 시절 후배들에게도 정말 많이 했던 말이다”라고 했다.
김효주가 아침 일찍 티오프하는 날이면 심서연은 새벽부터 일어나 식사를 준비한다. 그는 “효주가 한식을 정말 좋아해서 김치찌개, 닭볶음탕 등을 만들어 줬다”고 했다. 심서연의 ‘손맛’은 이미 투어 선수들 사이에선 소문이 자자하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재미교포 대니엘 강(33)은 “서연 언니가 만든 김치찜이 맛있었다. (서연 언니에게) 스트레스 관리법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김효주는 9일 개막하는 아람코 코리아 챔피언십에서 2연패에 도전한다. 이 대회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가 후원하며 우승 상금은 22만5000달러(약 3억1400만 원)다. 김효주는 “디펜딩 챔피언으로 대회에 나온 만큼 좋은 결과를 내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심서연은 “작년에 이 대회를 보기 위해 난생처음 골프장을 찾았다. 효주가 우승하는 모습이 대견해 눈물이 났었다. 올해도 좋은 결과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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