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하남시 베이스볼데이터센터(BDC). 캐치볼을 하며 가볍게 몸을 풀던 서울대 야구부 선수 10명이 모니터 앞에 모여들었다. 센터 직원의 시스템 소개를 듣던 이들은 기다렸다는 듯 질문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홈런에 최적화된 발사각도는 무엇인지, 대학 선수들의 평균 타구 속도는 어떻게 되는지 ‘트래킹(Tracking)’ 데이터와 관련된 질문이 이어졌다. 공의 상하좌우 움직임을 나타내는 무브먼트가 화면 위에 점그래프로 찍히자 설명을 듣던 선수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같은 질의응답이 가능했던 건 BDC에 설치된 트랙맨 덕분이다. 군사용 레이더 기술을 활용해 투·타구 정보를 분석하는 트랙맨은 현재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를 비롯해 한국프로야구(KBO), 일본프로야구(NPB), 대만프로야구(CPBL) 등 전세계 주요 리그에서 활용되고 있다. 전세계 500개 이상의 야구장에 설치돼 있다. BDC 센터 내에도 투구, 타구 외에도 유소년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 총 3개의 트랙맨이 마련됐다. 트래킹 데이터의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최근 국내 야구 아카데미에도 트래킹 데이터 시스템을 활용하는 곳이 늘고 있다. BDC는 국내에서 트랙맨을 설치한 3곳 중 하나다.
이날 서울대 야구부원들은 투구, 타격 훈련을 연이어 실시했다. 선수들은 센터 내에 마련된 마운드에 올라 공을 던지면서 구속, 회전수는 물론 회전축, 회전효율, 수직·수평 무브먼트와 관련된 데이터들을 직접 눈으로 확인했다. 공을 쥐는 각도에 따라 회전축이 어떻게 달라지고, 또 공의 궤적이 어떻게 변화하는 지를 실시간으로 점검했다. 공 하나를 던질 때마다 투구 정보가 어떻게 달라지는 지를 모니터와 직원의 설명을 통해 체감했다.
이날 투구 훈련에 참여한 주장 김유안(24)은 “무브먼트 데이터가 인상적이었다. 내 생각보다 커브와 슬라이더의 무브먼트 차이가 크지 않다는 데 놀랐다. 앞으로의 훈련 방식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어려서 리틀야구, 고교 야구부에서 운동하기도 했던 그는 “내가 어릴 때 데이터는 스피드건이 전부였던 것 같다. 선수 입장에서는 데이터를 통해 자기 객관화가 가능해지는 만큼 훈련 방향을 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밖에 팔 각도, 릴리스포인트, 익스텐션, 스트라이크존의 비율 등의 데이터도 제공된다.
이어 타격 훈련도 진행됐다. 선수들이 관심 있어 하는 타구 속도 외에도 타구 회전, 발사각, 비거리, 콘택트 지수 등이 모니터에 표시됐다. 특히 타구의 정보를 분석해 낙구 지점 외에도 타구의 궤도까지 그라운드 위에 재현해내자 감탄이 쏟아졌다. 타격 훈련에 참여한 고영준(19)은 “단순히 좌익수 방향으로 타구가 가는 게 왼쪽으로 휘다가 다시 중앙으로 가는 게 구현돼 신기했다. 발사각도 공을 치면서 예상한 수치가 구현돼 놀랐다”고 말했다. 이어 “이상적인 수치를 목표로 두고 어떤 부분을 강화하고 어떤 부분은 고치면 될 지를 정할 수 있어 좋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문을 연 BDC는 유소년 선수부터 아마추어, 프로 선수들을 대상으로 데이터 정보를 수집, 분석해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도 독립리그(화성코리요)에서 활약 중인 투수 문성현이 센터를 방문하기도 했다. BDC 관계자는 “아마추어 선수들은 신체의 변화와 기량 발전을 통해 트래킹 데이터 수치상으로도 상승과 변화가 반복된다”며 “프로 선수의 꿈에 한 걸음 더 빨리 다가설 수 있도록 데이터 측정, 분석, 관리를 위해 도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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