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희-이소미, 美 데뷔 첫승도 합작
둘다 힘든 루키 거친 美투어 2년차
“혼자라면 못할 우승… 우린 최고팀”
올 시즌 한국선수 4번째 정상 올라
임진희(왼쪽)와 이소미가 30일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다우 챔피언십 정상을 차지한 뒤 트로피를 들고 카메라 앞에 함께 섰다. 이 대회는 LPGA투어에서 유일한 2인 1조 대회로, 한국 선수가 우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LPGA투어에 함께 데뷔했던 ‘섬 출신’ 임진희와 이소미는 이날 데뷔 첫 승을 합작했다. LPGA투어 제공
“혼자라면 하지 못했을 우승이다. 우리는 최고의 팀이었다.”
20대 중반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 도전한 ‘섬 소녀들’인 임진희(27)와 이소미(26)가 투어 유일의 팀 대회에서 함께 정상에 올랐다.
임진희-이소미 조는 30일 미국 미시간주 미들랜드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LPGA투어 다우 챔피언십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만 8개를 추가해 최종 합계 20언더파 260타를 기록했다. 임-이 조는 같은 타수로 정규 홀을 마친 렉시 톰프슨-메건 캉 조(이상 미국)와 치른 1차 연장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정상을 차지했다. 2019년부터 시작된 이 대회에서 한국 선수가 우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반면 2019년 6월 숍라이트 클래식 이후 6년 만에 투어 12승째에 도전했던 톰프슨은 통산 연장전 6전 전패의 불운을 이어갔다.
이 대회는 LPGA투어 유일한 2인 1조 대회로 1, 3라운드는 ‘포섬’(두 명의 선수가 공 하나를 번갈아 치는 방식), 2, 4라운드는 ‘포볼’(각자의 공으로 경기한 뒤 더 좋은 점수를 팀 성적으로 계산하는 방식)로 치러진다.
18번홀(파3)에서 포섬 방식으로 열린 연장전에서 이소미의 티샷은 홀에서 2.5m로 톰프슨의 티샷보다 멀었다. 하지만 먼저 퍼트를 한 임진희가 이를 버디로 연결하며 승기를 잡았다. 이후 캉의 퍼트가 홀컵 왼쪽으로 살짝 비껴가며 우승을 확정 지었다. 이소미는 “(임)진희 언니가 제발 ‘하나’만 해주길 바랐는데, 정말 버디로 이어졌다. 정말 긴장됐던 순간”이라고 말했다. 대회 우승 상금은 79만9020달러(약 10억8000만 원)로 둘은 이를 절반씩 나눠 갖는다.
이번 대회에서 짝을 이룬 임진희와 이소미는 공통점이 많다. 먼저 두 선수 모두 ‘섬’ 출신이다. 임진희는 제주도 출신이고, 이소미는 완도 출신이다. 이번 대회에서 짝을 이루면서 지은 팀 이름도 ‘BTI(Born to be Island·섬 출신)’다.
국내 무대를 평정한 뒤 지난해 LPGA투어에 데뷔했지만 눈물의 루키 시절을 보낸 것 역시 공통점이다. 임진희는 2023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4승 등 총 6승을 거둔 뒤 미국 무대에 진출했고, 이소미 역시 KLPGA투어에서 통산 5승을 수확하고 미국으로 향했다. 하지만 지난해 임진희는 24개 대회에 참가해 6차례 ‘톱10’ 진입에 그쳤다. 이소미는 27개 대회에서 단 한 차례 톱10에 들 정도로 부진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메인 후원사가 사라지는 아픔도 겪었다. 지난해까지 임진희는 안강건설, 이소미는 대방건설의 후원을 받았지만 건설 경기 악화로 후원이 중단됐다. 두 선수는 시즌 초에는 후원사 로고가 없는 모자를 써야 했다. 그나마 임진희는 4월 신한금융그룹과 후원 계약을 했지만, 이소미는 여전히 메인 스폰서가 없다. 이소미는 이날 LPGA투어 첫 승을 올린 뒤 “지난해 힘든 루키 시즌을 보냈는데, 같이 우승하게 돼 정말 행복하다. 앞으로 또 다른 우승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진희도 “이번 우승으로 나를 더 믿게 됐고, 그걸 바탕으로 더 높은 목표를 향해 도전할 수 있게 됐다. 앞으론 서로가 없어도 우승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둘의 우승으로 한국 선수들의 올 시즌 LPGA투어 승수는 4승으로 늘어났다. 이들에 앞서 김아림, 김효주, 유해란이 이번 시즌 정상에 올랐다.
3라운드까지 선두에 2타 뒤진 공동 4위였던 윤이나-박성현 조는 최종일에 2타를 줄이는 데 그치며 공동 18위(13언더파 267타)로 대회를 마쳤다.
한편 미국프로골프(PGA)투어의 신성으로 떠오른 올드리치 포트기터(남아프리카공화국)는 같은 날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PGA투어 포켓 클래식에서 다섯 차례의 연장 끝에 우승했다. 2004년생인 포트기터는 1983년 이후 PGA투어에서 역대 7번째로 어린 나이에 챔피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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