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수고 시절부터 ‘홈런치고 도루하는 선수’로 이름을 날렸던 박준순. 두산 제공하지만 동시에 걸음마가 이정도라는 게 베어스 팬들의 기대감을 높인다. 규정타석은 못 채웠지만 박준순의 타율은 0.319로 팀 내 1위다. 올스타 휴식기 전까지 10경기에서는 타율 0.421로 맹타를 휘둘렀다.
14일 잠실야구장에서 만난 박준순은 흐름이 끊겨 아쉽진 않느냐는 질문에 “휴식기 동안 체력을 회복하면 더 좋은 기량이 나오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 특히 올 여름은 폭염이 기승을 부려 후반기 체력관리가 중요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지만 박준순은 “1군에서 뛴 기간이 너무 짧아 아직 지칠 때가 아니다”라며 웃었다.
김재호가 입혀주는 52번 유니폼을 입으며 “이걸 내가 입어도 되나 싶었다”던 박준순은 “김재호 선배님을 팬들이 얼마나 사랑했는지 알 것 같았다. 선배님이 나가실 때 환호 받으시는 걸 보면서 이 번호의 무게감을 느꼈다”고 했다.
김재호의 은퇴 경기날 두산은 7-6 역전승을 거뒀는데 7번째 쐐기득점을 올린 게 박준순이었다. 그 후 9일 롯데전에서는 첫 ‘4안타 경기’도 펼치는 등 최근 8경기 연속 안타를 기록 중인 박준순은 “(김재호 선배가) 유니폼까지 물려주셨으니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6월부터 고정적으로 출전기회를 받고 있는 박준순은 1군 정착 한 달 여만에 3할 타율을 기록하며 팀 타선의 활력소가 되고 있다. 두산 제공박준순은 2024년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최우수선수(MVP) 출신이다. 윤혁 당시 두산 스카우트 티팀장은 “박준순이 야수 전체 1번으로 지명될 것 같다. 공·수·주 다 되는 내야수다. 홈런 1위인데 발도 도루할 정도로 빠르다”고 했다.
박준순은 결국 그해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6순위로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두산이 1라운드에서 내야수를 뽑은 건 2009년 허경민(35·KT)이후 16년 만이었다.
잠재력은 충분했지만 결국 경험부족이라는 숙제를 풀어야 했다. 개막을 2군에서 맞은 박준순은 4월까지만 해도 타격 기회 일곱 번만 받은 뒤 다시 2군으로 돌아갔다. 5월 11일 다시 콜업된 후에도 타석에는 한 번도 못 섰다. 하지만 박준순은 “오히려 좋았다. 그때는 자신이 없었다. 다들 제가 못 보던 속도의 타구들을 치셨다”며 “1군에 잠깐만 있다 내려가더라도 뭐가 부족한지를 알고 2군에서 연습할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
5월 30일 세 번째 콜업을 받았을 때도 박준순은 ‘조금 있다 내려가겠지’ 생각했다. 하지만 자진사퇴한 이승엽 감독 대신 지휘봉을 잡은 조성환 감독대행은 박준순을 3루수로 고정해 기회를 주기 시작했다. 고교시절 3년 내내 2루수를 봤던 박준순은 벌써 실책 10개를 채웠지만 “똑같은 실수는 안 해야겠다 생각이다. 경기에 많이 나가다 보니 적응하기 한결 편해졌다”며 “지금도 부담이 있긴 한데 같이 새로 내야를 맡게된 (유격수) 이유찬, (2루수) 오명진 형이랑 으쌰으쌰하면서 재밌게 하고 있다”고 했다.
핫코너 3루에서 러닝 스로를 하고 있는 박준순. 두산 제공두산은 왕조시절 내야를 맡았던 3루수 허경민의 KT 이적, 유격수 김재호의 은퇴로 내야를 재건중이다. 그 재건의 중심에 설 선수가 박준순이다. 김재호에게 ‘등번호’는 받았지만 아직 ‘전화번호’는 받지 못했다는 박준순은 “김재호 선배님, 열심히 해서 선배님처럼 멋진 내야수가 될테니 지켜봐주십시오”라는 각오를 전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