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연 결승골…한국 여자축구, 20년 만에 동아시안컵 우승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7월 17일 11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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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 생활 20년 차에 진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계속 버텨온 나 자신에게 굉장히 고생했다고 얘기해 주고 싶다.”

한국 여자 축구 국가대표팀의 에이스 지소연(34·시애틀 레인)은 16일 끝난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여자부에서 한국을 2005년 초대 대회 이후 20년 만에 정상으로 이끈 뒤 이렇게 말했다.

한국 여자 축구를 2025 동아시안컵 정상으로 이끈 지소연. 수원=뉴스1

이날 한국은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만과의 대회 최종 3차전에서 후반 25분 지소연과 후반 40분 장슬기(31·경주한수원)가 잇따라 골을 터뜨려 2-0으로 승리했다. 한국은 같은 장소에서 먼저 맞대결을 펼쳐 0-0으로 비긴 일본, 중국과 1승 2무(승점 5)로 승점 동률을 이뤘다. 하지만 승점이 같은 팀끼리의 상대 전적-골 득실-다득점 순으로 순위를 가리는 대회 규정에 따라 1위가 됐다. 한국과 중국, 일본은 서로 간의 대결을 모두 무승부로 마쳤는데, 한국이 3골을 기록해 세 팀 중 득점이 가장 많았다. 한국은 중국, 일본과 각각 2-2, 1-1로 비겼다.

지소연은 과거 첼시(잉글랜드), 고베 아이낙(일본) 등에서 뛰면서 수많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하지만 2006년 15세의 나이로 데뷔전을 치른 국가대표팀에선 A매치 169경기(74골)를 뛰면서 한 번도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 대학생이던 2009년 유니버시아드 대회에서 정상에 올랐지만, 이 대회는 A매치로 기록되지 않는다.

그동안 한국은 동아시아 주요 대회에서 북한, 중국, 일본의 벽에 막혀 번번이 우승에 실패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부 랭킹 9위 북한은 이번 대회에 참가하지 않았다. FIFA 랭킹 21위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중국(17위), 일본(7위)을 상대로 경기 막판 동점골을 뽑아내는 뒷심을 발휘하며 2경기 모두 무승부를 기록했다.

20년 만에 동아시안컵 우승을 차지한 한국 여자 축구대표팀. 수원=뉴시스.

이날 한국은 이기면 우승하는 유리한 상황에서 대만전을 시작했지만 상대의 끈끈한 수비에 막혀 전반전을 0-0으로 마쳤다. 지소연은 “선수들이 들뜬 분위기로 전반전을 치렀다. 그래서 하프타임에 라커룸에서 ‘이대로 가면 우승할 수 없다. 정신 차려’라고 소리를 질렀다”고 말했다.

지소연은 후반전에 한국이 얻은 페널키틱의 키커로 나서 침착하게 결승골을 성공시켰다. 그는 “원래는 (페널티킥을) 안 차고 싶었다. 그런데 (페널티킥에) 자신이 있는 사람 나와보라고 하니까 아무도 대답을 하지 않아 내가 찼다”고 말했다.

여자 축구 대표팀은 지난해 10월 신상우 감독 부임 이후 세대교체를 진행 중이다. 신 감독은 “소집 첫날부터 선수들의 눈빛이 (과거와는) 달랐고, 고참 선수들의 간절함이 느껴졌다. 그런 고참 선수들을 어린 선수들이 잘 따라줘 우승이라는 결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한국 여자 축구#지소연#동아시아축구연맹#E-1 챔피언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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