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베테랑 불펜 김진성의 집념
60경기 최다 등판, 위기마다 위력
“절벽에 매달린 심정, 그게 원동력”
어린 후배에겐 살아 있는 교과서
올해 40세인 LG 김진성은 7일 현재 프로야구 홀드 부문 1위(25개)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인생 밑바닥까지 내려앉았던 절박함”으로 야구에 임한다는 김진성은 올해까지 세 시즌 연속 20홀드 기록을 달성하며 불혹에 ‘커리어 하이’ 기록을 쓰고 있다. LG 제공
LG 베테랑 불펜 투수 김진성(40)의 시간은 보통 선수와는 다르게 간다. 대부분의 선수가 은퇴했을 나이인 마흔 살에 생애 최고 연봉(3억3000만 원)을 찍었다. 김진성은 7일 현재 롯데 정현수(24)와 함께 투수 중에서 가장 많은 60경기에 등판했다. 이날까지 25홀드로 이 부문 1위다. 시즌 마지막까지 1위를 유지하면 생애 첫 홀드왕 타이틀을 얻을 수 있다.
7일 두산과의 경기에서도 위기 상황이 되자 LG 벤치는 어김없이 그를 호출했다. 3-2로 앞선 6회초 무사 만루에서 등판한 김진성은 이유찬에게 희생플라이를 내줘 동점을 허용했다. 하지만 추가 실점을 하지 않고 7회까지 마운드를 지켰다. 타선이 7회말 1득점해 결국 4-3으로 승리하면서 김진성은 승리 투수가 됐다.
경기 후 만난 김진성은 “야구 인생 밑바닥까지 내려가 봤기 때문에 절박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진성은 이미 4년 전 NC에서 평균자책점 7.17로 부진한 뒤 방출 통보를 받았다. 그는 “베테랑은 성적이 나오지 않으면 답이 없다. 매일 절벽에 매달린 것 같은 심정으로 관리하고 있다. 그게 지금까지 나를 끌고 온 원동력”이라고 했다.
그는 선수 생활 초반에도 방출된 적이 있다. 2005년 SK(현 SSG)에 입단했지만 팔꿈치 부상 여파로 1군 무대는 구경도 못 하고 2006년 곧바로 쫒겨났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그는 술집에서 서빙 아르바이트를 했다. 김진성은 “(술집) 화장실에서 손님들의 토사물을 치우면서 ‘야구를 더 열심히 했더라면’ 하는 후회를 정말 많이 했다”고 돌아봤다.
넥센(현 키움) 신고선수를 거쳐 2013년 NC에서 늦깎이로 1군에 데뷔한 김진성은 스물아홉 살이던 2014시즌 25세이브를 올리며 빛을 보기 시작했다. 이후 2015∼2017시즌 연속 두 자릿수 홀드를 기록하며 필승조로 자리 잡았다. 2020시즌에는 한국시리즈 6경기 전 경기에 등판해 6과 3분의 2이닝 동안 무실점을 기록하며 NC의 창단 후 첫 한국시리즈 우승에도 기여했다. 하지만 이듬해 주춤하자 곧바로 방출 통보를 받았다.
이후 김진성은 나머지 9개 구단 감독, 코치, 스카우트 담당자에게 연락을 돌렸다. 7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30대 후반의 투수는 매력 있는 자원이 아니었다.
그런 김진성을 ‘구원’한 구단은 LG였다. 입단 후엔 김진성이 LG를 ‘구원’하고 있다. 김진성은 올 시즌을 포함해 프로야구 역대 다섯 번째로 3시즌 연속 20홀드를 기록 중이다. 그가 LG 유니폼을 입고 4시즌 기록 중인 평균자책점(3.19)은 통산 평균자책점(4.10)보다도 낮다. 김진성은 “두 번째 방출 이후에도 내가 더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증명할 수 있어서 야구 인생을 통틀어 가장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성의 가치는 마운드 위에만 있지 않다. 김진성은 스무 살 어린 루키 투수 김영우(20)에게는 살아 있는 교과서 같은 존재다. 그는 “(김)영우처럼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일수록 몸 관리를 잘해야 한다. 내가 고생을 많이 하면서 야구를 했기 때문에 후배들이 더 잘됐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고 했다. 그는 “(김)영우 같은 경우는 정말 신인 같지 않다. 유연하고 밸런스가 좋아 투수로서 몸을 쓰는 능력이 탁월하다. 내가 못하는 점들이기 때문에 많이 배우려고 한다”면서 “나는 저 나이 때 저런 운동을 왜 안 했는지 반성도 한다. 배움에 선후배가 어디 있냐”며 웃었다.
여전히 ‘마당쇠’처럼 궂은 역할을 마다하지 않는 그에게 주변 사람들은 ‘이제 남은 인생 계획도 세우고 몸도 좀 아껴야 하지 않느냐’는 얘기를 자주 한다. 하지만 김진성은 “올해 팬들 앞에서 ‘몸을 다 바치겠다’고 약속했다. 요령 피우는 데 쓸 에너지를 야구하는 데 쓰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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