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에서 15시즌, NC에서 3시즌을 뛰는 동안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루지 못했던 손아섭은 올 시즌 한화에서 생애 첫 우승 반지에 도전한다. 사진은 손아섭이 출루한 뒤 세리모니를 하는 모습. 뉴스1
프로야구 1, 2위 LG와 한화가 맞붙은 10일 서울 잠실구장. 3루 주자로 나가 있던 한화 손아섭(37)은 문현빈의 방망이에 공이 맞자마자 홈을 향해 전력 질주를 시작했다. 땅볼 타구가 전진 수비 중이던 LG 1루수 천성호의 정면으로 향했고, 천성호가 던진 공은 포수 박동원의 미트에 정확하게 꽂혔다. 박동원은 미트를 낮춰 홈플레이트를 완전히 가린 채 손아섭을 기다렸다.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으로 홈에 들어오던 손아섭은 순간적으로 몸을 비틀어 태그를 피했다. 손아섭이 손끝으로 홈플레이트를 찍은 순간 박종철 주심이 양팔을 옆으로 벌렸다. 세이프였다. 4-2로 앞서가는 득점을 기록한 손아섭은 두 팔을 번쩍 들고 한화 더그아웃을 향해 환호했다.
3회초 선취 타점, 5회초 적시 2루타에 이어 7회초에 나온 이 득점 장면까지 한화가 이날 경기 흐름을 가져온 모든 순간에는 손아섭이 있었다. 한화는 이날 결국 LG를 5-4로 꺾고 시리즈 스윕패(3연전 전패)에서 벗어났다. 최근 3연패의 사슬도 끊었다.
한화는 올해 트레이드 마감일이던 지난달 31일 NC에서 손아섭을 전격 영입했다. 시즌 내내 해법을 찾지 못하던 1번 타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트레이드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손아섭은 이날 경기 후 “(팀을 옮긴 뒤) 부담감에 며칠 밤잠을 설쳤다. 그래도 팀에 보탬이 될 자신은 있다. 이 부담감을 이겨내겠다”고 말했다.
한화는 이번 주에는 손아섭의 야구 인생을 만든 두 구단과 연속으로 만난다. 주중인 12∼14일에 안방 대전에서 롯데를 상대한 뒤 창원으로 건너가 15∼17일에는 NC와 주말 3연전을 펼친다.
롯데는 손아섭의 프로 데뷔 팀이다. ‘구도(球都)’ 부산에서 나고 자란 손아섭은 고향 팀에서 2007년부터 15시즌 동안 1696경기에 나서 타율 0.324, 2077안타를 기록했다. 최연소·최소 경기 2000안타 기록도 롯데 유니폼을 입고 썼다.
2021시즌 종료 후 개인 두 번째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손아섭은 NC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손아섭은 NC 이적 첫해 타율 0.277로 주춤했지만 2023년에는 0.339로 반등했다. 지난해 무릎 부상으로 84경기 출장에 그쳤던 손아섭은 올 시즌 다시 주전 자리를 되찾아 중심 타선을 지키다 한화로 건너왔다.
손아섭은 프로야구 역대 최다인 2586안타를 기록 중이다. 다만 아직 한국시리즈 우승 반지는 끼지 못했다. 손아섭은 “(이전 소속팀과 연이어 맞붙게 됐지만) 의식하지 않는다. 한화의 승리만 본다”고 힘줘 말했다.
김경문 한화 감독도 사정이 비슷하다. 김 감독은 이날까지 통산 1000승에 1승이 모자란 베테랑 사령탑이지만 한국시리즈 우승 감독 타이틀은 따지 못했다. 통산 999승(34무 860패)을 기록 중인 김 감독이 이번 주에 1승만 추가하면 김응용(1554승), 김성근(1388승)에 이어 KBO리그 역대 세 번째 1000승 감독이 된다. ‘베테랑 사령탑’과 ‘베테랑 타자’의 숙원을 해결하기 위해 승부수를 띄운 한화는 이번 주에 정상 재탈환을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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