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20일 서울서 세계선수권 개막
김자인, 10차례 참가해 金1 銀3 銅1
“오를 힘 남아있는 한 최선 다할 것”
‘클라이밍 여제’ 김자인(37·사진)이 한국에서 처음 열리는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IFSC) 세계선수권대회 홍보대사를 맡은 건 놀라운 일이 아니다. 김자인은 IFSC 월드컵에서 총 31번(리드 30번, 볼더링 1번) 정상에 올라 이 대회 역대 최다 우승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김자인이 이번 대회에 선수로 출전한다는 건 놀라운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김자인의 세계선수권 첫 무대였던 2005년 뮌헨 대회 출전자 가운데 이번 대회에도 선수로 출전하는 건 김자인뿐이다. 김자인은 내달 20일 개막하는 2025 서울 세계선수권을 한 달 앞두고 21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홍보도 등반도 최선을 다하겠다”며 웃었다.
김자인의 세계선수권 출전 이력은 그 자체로 한국 클라이밍의 역사다. 클라이밍 세계선수권은 원칙적으로 2년마다 열린다. 김자인은 2005년부터 2023년 사이 열린 11개 대회 가운데 10개 대회에 참가했다. 임신과 출산으로 2021년 러시아 모스크바 대회만 건너뛰었다. 김자인은 지금까지 세계선수권에서 금 1개(2014년), 은 3개(2009, 2011, 2012년), 동메달 1개(2018년)를 목에 걸었다.
그런 그에게도 이번 대회 출전권 확보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IFSC는 세계선수권 개최국에 종목별 출전권 5장을 배분한다. 김자인은 3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리드 7위를 해 이 안에 들지 못했다. 하지만 상위 선수 두 명이 출전을 포기하면서 마지막 출전권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이번 대회에 참가하는 전 세계 60개국 선수 1000여 명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은 김자인은 “이 자리에 선수로 서 있는 것 자체가 영광스러운 일이다. 한국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에서 뛰는 건 처음이자 마지막일 수 있기 때문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당장 내일 은퇴해도 이상하진 않지만 이번 대회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그리고 계속해 “체력적으로는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육아를 병행해야 하기에) 선수로서 온전히 집중할 수 없는 환경은 달라진 점이다. 하지만 이것도 또 다른 소중한 인생이다. 훈련 시간이 짧아질 수밖에 없지만 더 집중해서 훈련하고 있다”고 했다.
결혼 7년 만인 2021년 딸 오규아 양을 출산한 김자인은 2023년 샤모니 월드컵 금메달로 건재를 알렸다. 김자인은 “엄마가 되는 게 은퇴 이유가 될 수도 있지만 한 번 더 도전해 보고 싶다는 열망도 줬다”면서 “올림픽에 출전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지금까지 온 것 같다”고 말했다.
클라이밍은 2021년 도쿄 대회부터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됐지만 김자인은 2024년 파리 대회 때까지 올림픽 무대를 밟지 못했다. 김자인은 “2028년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에 도전하고 싶다. 시기상조라고 생각은 하지만 일단 클라이밍을 하는 순간이 가장 재미있고 행복하다. 오를 힘이 남아 있는 한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은 내달 20∼2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에서 리드, 볼더링, 스피드 전 종목 메달 획득에 도전한다. ‘스파이더 걸’ 서채현(22)이 여자 리드 세계 랭킹 3위, ‘스피드 퀸’ 정지민(21)이 여자 스피드 6위에 이름을 올리면서 이번 대회 메달 후보로 거론된다. 남자 볼더링 2위, 리드 4위인 ‘만능 선수’ 이도현(22)은 대회 2관왕을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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