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대동문을 통과하고 있는 서울국제울트라트레일러닝대회(서울100K) 100km 부문 참가자. 서울100K 조직위원회 제공
테라다 미나 씨(39)가 20일 열린 2025 서울국제울트라트레일러닝대회(서울 100K) 100km 여자부에서 14시간23분34초의 기록으로 우승했다. 올해 대회 100km 부문은 서울 광화문광장을 출발해 인왕산~북한산~도봉산~불암산~아차산~한강공원길~청계천을 거쳐 다시 광화문광장으로 돌아오는 코스에서 열렸다.
서울국제울트라트레일러닝대회(서울100K) 100km 부문 참가자들이 20일 오전 5시 출발지인 서울 광화문광장을 떠나고 있다. 서울100K 조직위원회 제공 테라다 씨는 “출발할 때는 (해가 뜨기 전이라) 어둡고 비도 와서 ‘알바’를 몇 번 했다. 같이 뛰는 분들이 많이 도와주셨다”며 웃었다. 오솔길과 산 등 비포장길을 걷거나 뛰는 대회인 트레일러닝은 러너들이 어둑한 산길을 달릴 때 정규 코스가 아닌 쪽으로 빠지기 쉽다. 러너들은 이를 두고 ‘알바 뛴다’라고 표현한다.
20일 테라다 미나 씨(왼쪽에서 네번째)가 가족들과 함께 피니시 라인을 통과하고 있다. 테라다 씨는 100km 여자부 1위를 기록했다. 서울100K 조직위원회 제공 테라다 씨는 남편 조성연 씨(42) 덕에 2022년 트레일러닝에 입문했다. 그는 남편의 조끼를 빌려 입고 나간 대회에서 덜컥 2등을 했다. 이후 20km 대회에 아내와 함께 출전했던 남편은 아내가 ‘실력자’라는 걸 알게 됐다. 조 씨는 “아내가 오르막을 정말 잘 올라가더라. 그래서 ‘나 신경 쓰지 말고 가라’라고 했더니 (아내가) 아예 시야에서 사라졌다”고 했다.
두 번째 도전한 100km 트레일러닝 대회에서 우승한 테라다 미나 씨가 2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기념패와 꽃다발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서울100K 조직위원회 제공 일본 출신으로 2011년 한국에서 가정을 꾸려 한국 국적을 취득한 테라다 씨는 “전 원래 아무것도 안 하던 사람이었다. 특히 출산한 뒤부터는 집에만 있었다. 하지만 트레일러닝을 접한 뒤 열심히 달리다 보니 큰 에너지를 얻었다”고 했다. 두 아이의 엄마인 테라다 씨는 20km 대회부터 시작해 지난해에는 50km, 올해는 100km까지 도전 거리를 차례로 늘렸다. 이제는 트레일러닝 최고권위 대회인 울트라트레일몽블랑(UTMB) 출전까지 꿈꾸고 있다.
북한산 영봉 인근 내리막을 뛰어가고 있는 참가자들. 서울100K 조직위원회 제공 이번 대회 참가자들은 체크포인트(CP) 중 북한산성 입구(32km지점)와 중랑캠핑숲(79.5km지점)에서 물통에 물을 채워주거나 비상 식량·약품 교체를 도와주는 서포터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테라다 씨는 남편 조 씨가 ‘서포터’로 함께 했다. 테라다 씨는 “레이스는 혼자 뛰지만 대회 전체로 보면 ‘팀플레이’”라면서 “100점짜리 서포트를 해준 남편에게 고맙다”고 했다.
100km 대회는 이번이 두 번째 참가였던 테라다 씨는 “중간중간 힘든 순간도 있지만 그 잠깐의 고비만 넘기면 괜찮다. 또 경치 보는 걸 좋아해서 아름다운 자연을 보면 달릴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이번 레이스에선 북한산에서 내려다본 경치가 정말 예뻤다”고 말했다.
100km 남자부 우승자 양롱페이가 서울 광화문광장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 서울100K 조직위원회 제공 100km 남자부에선 초청선수 양롱페이(37·중국)가 12시간41분20초의 기록으로 우승했다. 전문 마라톤 선수로 뛰다 2014년부터 트레일러닝을 시작한 그는 “한국은 처음 와봤다. 마지막 30km(북암산~아차산~한강~청계천) 코스 풍경이 정말 멋있었다”면서 “한국에 와서 불고기, 삼겹살을 먹었는데 출국 전에 치킨도 먹어보고 싶다. 내년에도 기회가 된다면 참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100km 완주 후 결승선에서 기다리고 있던 여자친구에게 프러포즈를 한 박찬우 씨(왼쪽). 서울100K 조직위원회 제공 완주 제한 시간(컷오프)이 28시간 30분인 100km 부문은 21일까지 1박2일 일정으로 레이스가 열렸다. 21일 오전에 광화문 광장으로 골인한 박찬우 씨(32·26시간29분36초)는 결승선에서 기다리고 있던 여자 친구에게 프러포즈를 했다
박 씨는 “평소 트레일러닝을 즐기는데 프러포즈를 하려면 적어도 100km는 뛰어야겠다고 생각해서 이번 대회에 신청했다. 44km 구간쯤에서 같이 뛰던 동료가 ‘이 페이스로 뛰면 컷오프’라고 해 포기할 뻔한 고비가 있었다. 컷오프되더라도 완주는 해내자는 마음으로 뛰었다”며 웃었다.
50km 여자부 우승자 박수지 씨가 북한산 대동문을 지나 내리막 구간을 달리고 있다. 서울100K 조직위원회 제공 이번 대회 50km 남자부에서는 초청선수 메리디오 미켈레(28·이탈리아)가 5시간22분01초의 기록으로 우승했다. 50km 여자부에서는 박수지 씨(34)가 6시간39분17초로 정상에 올랐다. 10km 남자부와 여자부에선 각각 김병조 씨(37·39분15초), 정현성 씨(32·52분31초)가 1위로 골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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