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웠던 여름… ‘원팀 코리아’ 임무 마치고 떠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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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준호 전 한국 男농구대표팀 감독
작년 부임부터 ‘구원투수’ 역할 강조
“선수들 ‘국대’ 원팀으로 뛰게 할 것”… 세대교체 속 ‘황금세대’ 출발 이끌어
“열심히만으론 ‘높이’ 극복 안돼… 亞강적 무너뜨릴 K농구 개발해야”

지난달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을 끝으로 한국 남자 농구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내려놓은 안준호 감독이 최근 서울 종로구 동아일보 사옥을 방문해 카메라 앞에 섰다. 안 감독은 “선수들이 나를 믿고 따라와 줘 고마웠고 행복했다. 각자 팀에서 건강한 모습으로 자기 기량을 발휘해 프로농구의 붐도 일으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지난달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을 끝으로 한국 남자 농구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내려놓은 안준호 감독이 최근 서울 종로구 동아일보 사옥을 방문해 카메라 앞에 섰다. 안 감독은 “선수들이 나를 믿고 따라와 줘 고마웠고 행복했다. 각자 팀에서 건강한 모습으로 자기 기량을 발휘해 프로농구의 붐도 일으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이 정도면 임무를 완수한 것 같다. 이젠 물러갈 때다.”

한국 남자 농구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내려놓은 안준호 감독(69)의 말이다. 안 감독은 지난달 열린 2025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을 끝으로 대한민국농구협회와의 계약이 만료됐다. 농구협회는 현재 새 대표팀 감독을 공모 중이다.

농구 팬들 사이에선 이례적으로 사령탑 교체 결정이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안 감독이 이끈 대표팀은 ‘만리장성’ 중국의 벽에 막혀 아시아컵 8강에서 탈락했다. 하지만 ‘원팀’으로 똘똘 뭉친 젊은 선수들은 투지 넘치는 플레이로 많은 박수를 받았다. 뜨거운 외곽포를 앞세워 상대를 궁지로 몰아넣기도 했다. 세대교체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은 대표팀은 차갑게 식었던 팬들의 관심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최근 서울 종로구 동아일보 사옥에서 만난 안 감독은 “성적으로 말하는 게 감독이다. 협회의 (사령탑 교체) 결정을 수용한다”라면서 “후임자에게 많은 부담을 주고 가지만 한편으로는 홀가분하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초 국가대표 감독으로 선임될 때부터 자신의 역할은 ‘구원투수’라면서 “최소한 선수들이 국가대표로서 책임감을 갖고 뛰게 만들겠다”고 강조했던 안 감독이다. 안 감독은 “소속 프로팀에서 30분 이상씩 뛰었던 선수들이 대표팀에선 출전 시간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고 하나로 뭉쳤다. 선수들도 원팀이 되니 시너지 효과가 엄청나게 커진다는 걸 느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번 대표팀은 선수들끼리 모여서 비디오 미팅을 했다. 코칭스태프는 미팅에 사용할 영상만 정해줬다. 이런 방식으로 소통을 강화한 대표팀은 최고참 김종규(34·정관장)를 중심으로 슈터 이현중(25·나가사키), 차세대 포워드 여준석(23·시애틀대) 등이 끈끈한 팀플레이를 선보이며 ‘황금세대’의 출발을 알렸다. 안 감독은 “선수들이 코트에 들어갈 때마다 자신이 가진 에너지를 다 쏟았다. 팬들도 (아시아컵이 열린) 사우디아라비아까지 응원을 와 한식을 공수해 주면서 격려해 주셨다. 눈물 나게 고마웠다. 하지만 (한국 남자 농구는) 이제 겨우 긴 터널을 빠져나왔을 뿐”이라고 말했다.

안 감독이 이런 말을 한 건 한국이 아시아 정상에 오르기 위해선 풀어야 할 숙제가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한국은 아시아컵 조별리그에서 난적 레바논을 상대로 3점슛 22개(성공률 57.9%)를 퍼부으며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높이가 우리보다 한 수 위인 호주와 중국을 상대로는 3점슛 성공 개수가 각각 9개(성공률 27.3%), 3개(성공률 13.0%)에 그쳤고, 경기에서도 모두 패했다. 무릎 부상으로 중국전에 뛰지 못한 주전 가드 이정현(26·소노)의 공백이 아쉬웠다. 안 감독은 “장신 선수들을 앞세운 호주와 중국의 수비가 견고했다”며 “우리가 이를 극복하려면 공수 전환이 빠른 속공 농구를 해야 한다. 이때 발생하는 실책을 줄이고, 외곽슛 성공률을 높일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남자 농구대표팀은 11월부터 FIBA 농구월드컵 아시아 예선을 치른다. 같은 그룹에 속한 한국, 중국, 일본, 대만 중 한 팀은 윈도1(1라운드)에서 탈락한다. 중국이 최강으로 꼽히는 가운데 내년 안방에서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을 개최하는 일본도 조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정예 멤버를 소집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프로농구(NBA)에서 뛰는 일본의 하치무라 루이(27·LA 레이커스)는 아시안게임에 출전할 가능성이 있다.

안 감독은 “앞으로는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 황금세대의 소중한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 (차기 대표팀 감독은) 선수들의 열정을 더 불태워주고 아시아의 강적들을 무너뜨릴 수 있는 우리만의 농구를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준호#한국 남자 농구#아시아컵#대표팀 감독#세대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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