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 생태계 바꾸는 디비전 리그] 〈하·끝〉 女핸드볼 실업-대학팀 참가
핸드볼 디비전 리그 H1 올해 첫선
공식대회 2개 대학팀엔 ‘단비’ 리그… 실업팀도 미래전력 직접 점검 ‘환영’
내년 생활체육-성인선수 리그 신설… 2027년 엘리트 청소년 리그도 도입
올해 처음 출범한 핸드볼 여자부 디비전 리그 중 최상위 레벨인 H1 리그엔 실업팀 8개와 대학팀 2개가 참가해 총 24경기를 치렀다. 사진은 올해 신인 드래프트 때 SK의 1라운드 지명을 받은 김단비가 5일 서울 송파구 티켓링크 라이브 아레나에서 슛 연습을 하는 모습. 7월 한국체육대 소속이던 김단비는 H1 리그에 참가해 SK와 상대팀으로 만난 적이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5일 서울 송파구 티켓링크 라이브 아레나. 지난 시즌까지 핸드볼 H리그 여자부에서 2연패를 달성한 SK 선수단은 새 시즌을 앞두고 담금질에 한창이었다. 올해 신인 드래프트 때 SK에서 1라운드 지명을 받은 김단비(22)는 “‘1지망’이었던 팀 선배들과 감독, 코치님과 훈련을 하고 있다는 게 아직 실감이 안 난다”며 웃었다.
김단비는 사실 SK를 상대팀으로 먼저 만났다. 실업팀과 대학팀이 함께 뛰는 핸드볼 디비전 리그 경기를 통해서다. 핸드볼은 문화체육관광부 지원을 받아 올해 처음으로 디비전 리그 제도를 도입했다. 8개 실업팀과 대학부 2개 팀이 디비전 최상위 레벨인 H1 리그에 참가했다. 김단비가 재학 중이던 한국체육대는 7월 7일 SK와 맞대결해 27-28로 패했다.
국내 대학 중 여자 핸드볼팀을 운영 중인 학교는 한국체육대와 위덕대뿐이다. 이전까지 공식 대회는 대학핸드볼통합리그와 전국대학통합선수권대회 등 두 개에 불과해 실전 경험을 쌓을 기회 자체가 거의 없었다. 김단비는 “경기가 없으면 동기가 부족해 무기력한 기분이 들곤 했다. 또 늘 같은 팀만 상대하다 보면 경기 감각이 무뎌지는 느낌이었다”며 “디비전 리그를 통해 경기에 대한 갈증을 많이 풀 수 있었다. 무엇보다 입단을 꿈꾸는 실업팀과 상대할 때는 눈도장을 받기 위해 더 열심히 뛰게 된다”고 말했다.
H1 리그 도입을 반기는 건 대학팀뿐만이 아니다. 실업팀에는 미래 전력을 눈앞에서 점검해 볼 수 있는 ‘가늠대’ 역할을 해준다. 김경진 SK 감독은 “기본적으로 연습경기와 실전은 선수들이 경기를 대하는 책임감이 다르다”며 “어떤 쓰임새가 있는 선수일지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기회도 된다. 김단비도 맞대결 때는 1골밖에 못 넣었지만 거포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확인했기에 선뜻 지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상위 실업 핸드볼 리그인 H리그에서 출전 기회를 많이 얻지 못한 젊은 선수들은 디비전 리그를 통해 자신을 증명할 수 있는 기회를 얻기도 한다. SK 센터백 박수정(20)은 지난해 8월 헝가리 전지훈련 때 왼쪽 무릎 인대를 다쳐 지난 시즌 H리그에서 한 경기도 뛰지 못했다. 거의 1년 동안 재활에 매달린 박수정은 H1 리그를 통해 복귀 가능성을 확인해 볼 수 있었다. 박수정은 “재활 과정에서 다시 예전처럼 뛸 수 있을까 걱정이 컸다”며 “H1 리그 도입 덕분에 실전 감각과 자신감을 빠르게 되찾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핸드볼 디비전 리그는 이렇듯 사업 도입 첫해인 올해부터 실업팀과 대학팀 모두에서 호평을 받았다. 문필희 인천시청 감독은 “무엇보다 경기를 더 뛸 수 있다는 것 자체에 선수들 반응이 긍정적이었다”며 “앞으로도 좋은 취지로 잘 진행되면 좋겠다”고 했다. 이동선 위덕대 감독 역시 “대학팀에 디비전리그는 그야말로 단비 같은 리그였다”라며 “올해는 같은 지역 4개 실업팀하고만 경기를 치렀는데 내년에는 더 많은 팀과 더 많은 경기를 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H1과 H4 리그만 운영한 대한핸드볼협회는 내년에는 생활체육 대학·성인 선수가 참가하는 H2, 2027년에는 엘리트 유·청소년이 참가하는 H3 리그도 도입할 예정이다. 협회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프로축구 같은 승강제 도입은 당장 어렵다. 하지만 리그 규모 확대를 원하는 현장 목소리를 반영해 점차 경기, 참가 팀 수를 늘려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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