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캣츠아이의 ‘날리’, 야성적 음악에 서구 팬들 난리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6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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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美합작 6인조 그룹 세계가 주목
과감하고 실험적 콘셉트에 열광
美-英 음악차트 100위권내 진입

글로벌 걸그룹 캣츠아이. 실험적인 사운드가 가득한 ‘날리’는 힘찬 안무와 어우러져 강렬한 느낌을 준다. 하이브 제공
“이 모든 걸 한 단어로 표현할 수 있지.”

손으로 가린 얼굴 사이로 보이는 입에서 변조된 기계음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이어 ‘버블티’ ‘테슬라’ ‘프라이드 치킨’ ‘할리우드 파티’까지, 접점이 없어 보이는 단어들이 마구 튀어나온다. 배경엔 공사장을 연상케 하는 쇳소리와 기괴한 음들이 뒤엉키며 압박감을 더한다. 그리고 마침내 내지르는 한 단어. “날리(Gnarly·끝내준다).”

하이브와 미국 게펀 레코드의 6인조 합작 걸그룹 ‘캣츠아이(KATSEYE)’가 최근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신곡 ‘날리’는 서구 차트에서 반응이 좋다. 4월 30일 발매한 이 곡은 지난달 중순 미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 100’에 92위로 진입했다. 영국 오피셜 싱글 차트 ‘톱 100’에도 52위로 진입해 4주 연속 100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K팝 대형 기획사들이 선보인 ‘현지화 그룹’ 가운데 가장 대중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셈이다.

캣츠아이는 ‘날리’에서 기존의 부드럽고 세련된 이미지 대신에 과감하고 실험적인 콘셉트를 내세웠다. 영어로 ‘끝내준다’ ‘기가 막힌다’는 뜻인데, 국내에서도 중의적으로 ‘난리’를 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하이퍼팝 특유의 왜곡된 사운드와 펑키한 비트가 2분 12초 동안 쉴 새 없이 몰아친다. 빌딩 아래로 추락하는 장면, 복사기에 짓눌린 얼굴 등 과장된 이미지가 등장하는 뮤직비디오도 ‘난리’ 난 느낌이 가득하다.

물론 처음엔 “가사가 유치하다” “콘셉트가 과하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음악방송 등에 출연해 보여준 퍼포먼스가 분위기를 바꿨다. 멤버 6명은 무대를 잡아먹을 듯한 표정 연기와 함께 트월킹, 무대를 깨부수는 듯한 ‘해머 퍼포먼스’까지 ‘과잉의 미학’을 선보인다.

미묘 대중음악평론가는 “무대의 기세가 공격적이고, 약간은 저속한 영역까지 파고 들어가는 ‘야성미’가 돋보였다”며 “캣츠아이가 다른 K팝 걸그룹과 어떻게 차별화되는지 보여준 계기였다”고 분석했다. 미국 매거진 ‘더블유(W)’도 “(날리가) 처음엔 호불호가 갈렸지만 대중이 반복해 들으면서 점차 이해하기 시작했다”고 평했다.

캣츠아이는 글로벌 오디션 프로그램 ‘드림 아카데미’로 선발된 다국적 그룹이다. 멤버 윤채만 한국인이고 마농(스위스)과 소피아(필리핀), 다니엘라·라라·메간(미국) 등 나머지는 모두 외국인이다. 하지만 한국식 트레이닝을 바탕으로 한 퍼포먼스와 보컬, 안무 등은 전형적인 K팝 걸그룹이라고 할 수 있다.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는 “이전의 현지화 그룹들은 아이돌 유행이 지나간 서구에선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고, K팝 팬들조차 ‘K팝스럽지 않다’며 외면하는 경향이 있었다”면서 “캣츠아이가 유의미한 성과를 낸 건 맞지만 앞으로 팀 색깔을 뚜렷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날리는 복잡한 것들을 하나의 단순한 단어로 치환해 버리는 등 소셜미디어 세대들의 문법을 잘 갖춘 노래”라며 “멤버들의 시너지와 스토리를 잘 다듬어 나간다면 더 주목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캣츠아이#날리#K팝#하이퍼팝#글로벌 오디션#음악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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