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동은 일부러 시간내서 하는 것
한마디로 시원섭섭하다. 몸짱 도전에 성공하지 못해 아쉽지만 ‘배불뚝이’에서 탈출했고 먹고 싶은 음식을 앞에 두고 참아야 하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몸짱 도전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다짐했던 결심은 오래 가지 못했다. 한 달도 못 돼 기자라는 직업의 특성과 음식 및 와인 담당이라는 업무의 벽을 넘지 못했다. 물론 주변 환경도 모두 핑계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았지만…. 아무튼 10년 이상 몸에 밴 나쁜 생활습관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
운동 시작 2주 만에 5kg을 감량하는 쾌거를 거뒀지만 얼마가지 않아 원상회복됐다. 주위의 칭찬도 우려로 바뀌었다. ‘얼굴까지 드러냈는데 용미사미(龍頭蛇尾)가 되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계속됐다. 나름대로 식사를 조절하고 유산소운동도 꾸준히 했지만 폭식과 폭음으로 몸짱 달성은 요원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함께 호흡을 맞춰온 웨이트 트레이너 숀 리와 결별했다.
만만하게 여겼던 몸짱 도전이 결코 쉽지 않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술과 음식의 유혹을 이기고 자신과의 싸움에서도 승리해야 했다.
150일간 몸짱에 도전하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 운동은 시간이 날 때 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내서 하는 것이라는 평범한 사실이다. 또 매일 규칙적으로 못하더라도 아예 하지 않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는 진리다.
이호갑 기자 gdt@donga.com
○ 40대는 몸을 디자인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
‘나는 언제쯤에나 저런 체형을 가져 보나.’ 운동 초기 트레이너들의 탄탄한 몸은 부러움 그 자체였다. 매주 3회 이상 이를 악물고 몸을 달구었다. 밋밋했던 근육에 긴장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근육도 라마르크의 진화론 ‘용불용설(用不用說)’이 적용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가늘기만 한 팔에 이두근이 붙고 삼두근이 꿈틀거렸다. 신기했다. 트레이너의 격려가 큰 힘이 됐다. 역시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나보다.
어깨가 벌어지고 팔뚝에 근육이 출현했다. 하지만 어쩌다 운동을 거르거나 술이라도 마시면 바람 빠진 풍선처럼 풀어졌다.
3개월째 접어드니 근육이 뚜렷이 보였다. 운동시간이 기다려졌다. 힘껏 뛰면서 심장의 박동을 느끼고, 벤치프레스를 들어올리면서 가슴과 어깨가 빡빡해지는 것을 느꼈다. 가끔 회식자리가 괴롭혔지만 큰 위기는 없었다.
더블에이치의 홍장래 트레이너팀장은 “이제는 몸의 근육을 정교하게 다듬는 단계로 접어들 때”라며 “그동안 근육량 늘리기에 치중했다면 지금부터는 유산소 운동을 늘려 몸 안의 잉여 지방을 태워야 더욱 좋은 체형을 만들 수 있다”고 조언했다.
40대는 10년 이상 방치한 몸을 예쁘게 디자인하고 관리할 마지막 기회라고 한다. 대장간의 무쇠처럼 단련시키지 않으면 몸은 물러지고 노화현상에 무방비로 노출된다. 5개월 동안의 경험을 밑천 삼아 몸 만들기를 계속할 참이다.
김용길 기자 harrison@donga.com
▼ 박원하 교수의 총평▼
근력-유산소 운동을 병행해줘야
몸짱 도전 프로젝트를 지휘한 삼성서울병원 스포츠의학센터 박원하(사진) 교수의 총평이다.
그는 우선 김 기자에 대해 “체력 수치는 전반적으로 좋아졌지만 몸의 체질은 나빠졌다”고 지적했다. 몸짱 도전에 나서기 전 정상이던 중성지방과 저밀도콜레스테롤 수치가 급증했다는 것이다. 차체는 개선됐는데 엔진에 문제가 생긴 셈이다.
박 교수는 “마른 체형이 몸짱에 도전하면서 고단백 위주 식사를 하다가 생기는 부작용”이라며 “매일 2∼3시간 운동하지 않는 사람은 고단백 식사를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식단을 과거로 돌리고 근육 위주 운동에서 유산소운동으로 바꾸라고 충고했다.
이 기자에 대해서는 “체중이 줄고 체력이 좋아졌지만 웨이트 트레이닝을 제대로 하지 않아 근육량의 변화는 별로 없다”고 지적했다. 운동이 아니라 음식조절에 의해 살이 빠졌다는 얘기다.
박 교수는 “식사는 지금처럼 하되 유산소운동을 걷기에서 뛰기로 바꾸고 근력운동에 집중하라”고 처방했다.
이호갑 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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