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치고 팍팍한 세상… 응모자들 다시 ‘나’를 돌아봤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2월 11일 03시 00분


코멘트

2025 동아일보 신춘문예 예심
9개 부문 출품작 7384편으로 늘어… 불안과 힘든 현실 녹여낸 작품 많아
개인적 서사-반려동물 등장도 눈길… 인공지능-마약 등 사회이슈 조명도

5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열린 ‘2025 동아일보 신춘문예’ 예심에서 심사위원들이 응모작을 살펴보고 있다. 심사위원들은 “거대한 사회 담론보다는 팍팍한 현실을 반영한 개인적 서사를 다룬 작품이 많았다”고 말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거시적인 사회적 주제보다는 팍팍한 현실을 반영한 개인적 서사에 집중한 작품들이 많았다.”

5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열린 ‘2025 동아일보 신춘문예’ 예심에 참여한 심사위원들은 올해 응모작들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올해 9개 부문에 응모한 작품은 총 7384편으로 지난해(7337편)보다 47편 늘었다. 부문별로는 중편소설 358편, 단편소설 684편, 시 5404편, 시조 452편, 희곡 75편, 동화 258편, 시나리오 66편, 문학평론 26편, 영화평론 61편이었다.

예심 심사위원은 △중편소설 손홍규 정한아 소설가, 정여울 문학평론가 △단편소설 김성중 손보미 안보윤 소설가, 강동호 문학평론가 △시 김상혁 서효인 시인 △시나리오 정윤수 영화감독, 조정준 영화사 불 대표가 맡았다.

중편소설 응모작은 세태를 보여주는 작품들이 많았다. 정여울 문학평론가는 “외롭고 불안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보드게임’ 같은 독특한 취미에 의존하는 작품들이 신선하게 다가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소재가 재미있는 반면에 문학 작품으로서의 스토리텔링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작품들도 있어서 아쉬웠다”고 했다. 손홍규 소설가는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으로 인해 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이라며 “보다 다양한 문학적 재능과 열정을 가진 이들이 더 많이 응모한 것 같다”고 했다. 정한아 소설가는 “인공지능(AI)이나 마약처럼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사회 문제들을 다룬 작품들도 눈에 띄었다”고 말했다.

단편소설에선 간병이나 반려동물 등 ‘돌봄’을 주제로 한 작품이 많았다. 김성중 소설가는 “자신이나 가족의 병을 돌보는 이야기는 물론이고 노인이 화자로 등장하는 작품도 많았다”고 했다. 강동호 문학평론가는 “지난해에 이어 반려동물이 등장한 작품이 꽤 있었다. 힘든 현실을 잊고 다정하고 무해한 존재와 관계를 맺고 싶어 하는 심정이 반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 안보윤 소설가는 “조손 가정에서 자라 자신의 부모를 적대하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등 ‘가족의 해체’를 전제로 한 작품들이 눈에 띄었다”고 했다. 손보미 소설가는 “전체적으로 거대 담론보다는 개인에 기반한 볼륨이 작은 이야기들이 주를 이뤘다”고 전했다.

시 부문에도 예년과 달리 ‘나’의 존재를 고찰한 응모작이 많았다. 서효인 시인은 “최근에는 젠더 의식이나 보편적 윤리 등 사회 문제를 시로 표현한 경향이 두드러졌는데, 올해는 자기 자신에게 집중한 시들이 더 많았다. 삶이 어려워질수록 ‘나’라는 존재에 대해 본질적 고민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상혁 시인은 “화분을 의인화하는 등 현실에서 이뤄질 수 없는 설정을 적용해 쓴 시도 돋보였다”고 말했다.

시나리오 부문에서는 공상과학(SF) 세계관을 기반으로 한 작품들이 눈에 띄었다. 정윤수 영화감독은 “예전의 SF 시나리오가 외계인의 침입 같은 뻔한 소재가 주를 이뤘다면, 이번에는 ‘안티 에이징’, AI와 인간의 공존 등 구체적 고민을 담은 작품들이 많았다”고 했다. 조정준 영화사 불 대표는 “재벌과의 관계가 배경이 되는 등 발칙한 상상력을 기반으로 한 작품도 눈에 띄었다”고 했다.

이날 예심 결과 △중편소설 10편(10명) △단편소설 13편(13명) △시 60편(12명) △시나리오 10편(10명)이 본심에 올랐다. 시조, 희곡, 동화, 문학평론, 영화평론은 예심 없이 본심에서 당선작을 정한다. 당선자에게는 이달 말 개별 통보하며, 당선작은 동아일보 내년 1월 1일자 지면에 소개한다.

#2025 동아일보 신춘문예#예심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