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연극평론가협회 선정 ‘올해의 연극 베스트 3’로 꼽힌 극단 공놀이클럽의 ‘말린 고추와 복숭아향 립스틱’. 각 단체 제공
한국연극평론가협회가 17일 극단 공놀이클럽의 ‘말린 고추와 복숭아향 립스틱’, 서울시극단의 ‘퉁소소리’, 프로젝트 아일랜드의 ‘장녀들’을 ‘올해의 연극 베스트 3’로 선정한다고 발표했다. 이 상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1월까지 국내 무대에 오른 연극 중 연극계에 유의미한 방향성을 제시한 작품 세 편에 수여된다.
극단 공놀이클럽의 ‘말린 고추와 복숭아향 립스틱’은 재개발과 가족 내 권력에 집착하는 할머니, 아들이 삶의 희망인 홀어머니, 몰래 립스틱을 바르는 서울대생 오빠와 재수생 여동생을 통해 자신과 타인의 굴레, 욕망을 들여다보게 하는 작품이다. 4명의 가족을 연기하는 배우들은 옷을 바꿔 입는 행위를 통해 돌아가면서 역할을 바꿔 연기한다. 이번 선정에서 “유쾌한 배반의 연극”이라는 평을 받았다. 이성곤 평론가는 “전통적인 가족 서사와 퀴어 서사가 나란히 등장하지만 휴먼드라마적 감동이나 도발에 기대지 않는다. 이 둘을 교차시키는 방식으로 뜻밖의 연극성을 성취해 낸다”며 “섣불리 화해를 시도하거나 이해를 강요하지 않는다는 것도 미덕”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극단의 ‘퉁소소리’. 각 단체 제공서울시극단의 ‘퉁소소리’는 17세기 조위한이 지은 고전소설 ‘최적전’을 원작으로 ‘스타 연출가’ 고선웅이 각색 및 연출했다. “자유분방하여 거칠게 보이지만 흠결 없는 연출이 정점에 이르렀다”는 평을 받았다. 고선웅은 제47회, 제52회 동아연극상에서 연출상을 두 차례 수상한 연극 연출가다. 백로라 평론가는 “실시간 국악 연주, 묵자들의 등퇴장, 과장과 반복의 행위 등 공연의 모든 요소가 살아 있는 유기체처럼 리듬감 있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며 “어느 한 부분을 힘줘 꾸미지 않고 놀이하듯 자연스럽게 장면을 풀어 나갔다는 점에서 고선웅의 연출이 일정한 경지에 올랐음을 보여줬다”고 했다.
프로젝트 아일랜드의 ‘장녀들’. 각 단체 제공프로젝트 아일랜드의 ‘장녀들’은 “방대한 소설을 무대화한 모범 사례”로 꼽혔다. 일본 작가 시노다 세쓰코가 쓴 원작 소설을 서지혜 연출가가 각색한 작품이다. 공연의 1, 3부에서는 중증질환을 앓고 있는 부모를 부양하는 장녀의 삶을, 2부에서는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한 담론을 불교적 관점으로 다뤘다. 김건표 평론가는 “원작 서사를 집요하게 탐구한 서 연출가의 근성이 돋보였다”며 “균열 없는 박자감의 3부 구성은 연극적 미학을 보여줬고, 2부에 담긴 사회적 담론은 시각적으로 명확하게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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