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곳곳에서 의료 시스템이 붕괴되고 있는 오늘날, 병원과 의료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실마리를 제시한다. 의료가 시장 논리에 따라 제공되는 ‘서비스’에 가까워진 상황에서 ‘돌봄’을 키워드로 건강권을 둘러싼 새 시각을 담았다. 태국 치앙마이의 병원에서 2년간 현장 연구를 진행한 저자가 ‘사회적 필요에 따른 공급’이라는 현지 의료 철학에 주목해 실제 사례를 토대로 현장감 있게 썼다. 서보경 지음·오숙은 옮김·반비·2만3000원
● 우리 집에 왜 왔어?
‘완벽하게 단란한 가족’에 집착하는 엄마 선경은 이웃에게 첫째 딸의 병증마저 숨긴다. 그러다 우연히 만난 무속인에게 “가족 중 누군가가 딸에게 살(煞)을 날렸다”는 말은 들은 뒤 공포와 의심에 허덕이게 된다. 가장 일상적이고 친밀한 존재인 가족들 간에 벌어지는 미세하고도 섬뜩한 균열을 세 편의 단편소설로 엮었다.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 ‘유괴의 날’ ‘홍학의 자리’ 등을 쓴 저자의 신간이다. 정해연 지음·허블·1만5000원
● 얼음과 불의 탄생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지질학과 교수가 많은 동물이 지구상에 등장한 ‘캄브리아기 생명 대폭발’을 탐구했다. 빙하와 화산활동이 반복적으로 일어난 ‘우연의 일치’ 덕에 동물이 진화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는 게 저자의 논지다. 약 30년 동안 호주, 몽골, 스코틀랜드 등 세계 각지를 탐사한 과정이 생생하게 담겼다. 구조지질학, 지구화학, 고생물학 분야의 최신 연구도 함께 담았다. 그레이엄 실즈 지음·성소희 옮김·웨일북·2만8000원
● 헤테로토피아의 밤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석박사 졸업 후 2018년 등단한 문학평론가의 문학비평서. 황인찬 ‘희지의 세계’, 문보영 ‘책기둥’, 이소호 ‘캣콜링’ 등 한국 시인들의 작품을 심층적으로 해설했다. 특히 2000년대 ‘미래파’, 2010년대 ‘포스트-미래파’를 분석한 점이 눈길이 간다. “모든 ‘지금’의 시인들은 허망하지만 즐겁도록 자신의 지성적 행위를 지속할 따름”이라는 저자의 말에서 한국 문학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 김정현 지음·서정시학·2만5000원
● 윤동주
올해 서거 80주기를 맞은 윤동주 시인에 대한 평전이다. 시인 겸 문학평론가인 저자가 윤 시인이 살았고 사랑했던 공간, 꿈꿨던 유토피아를 통해 작품을 들여다봤다. 조선과 일본, 만주까지 윤동주 시의 자양분이 된 다양한 공간이 등장한다. 상대적으로 주목이 덜했던 ‘바다’, ‘둘 다’, ‘비로봉’ 같은 시도 자세히 다뤘다. ‘별 헤는 밤’ 등 기존에 널리 읽히던 시도 공간과 더불어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했다. 김응교 지음·아르테·2만8000원
● 영원히 정의의 편에
한국을 대표하는 1세대 인권변호사 강신옥의 육성과 기록을 정리한 평전이다.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 사건 변호사였던 그는 법정에서 치열하게 인권을 옹호하다 옥살이를 했다.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의 변호사로도 활동하며 김재규의 명예 회복과 민주주의의 정착을 위해서 노력한 인물로도 평가받는다. 이 밖에도 신간은 정치인 강신옥의 여정 및 그와 전 대통령들 사이의 인연 등도 조명했다. 홍윤오 지음·새빛·2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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