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1200광년 너머 ‘잠재적 지구’… 그 별에 무언가 살고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2월 22일 01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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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지문’으로 우주 탐사하는 저자
지구 유사 ‘암석형 행성’ 첫 발견
“외계 생명 이젠 확인 가능한 대상”
◇에일리언 어스: ‘또 다른 지구’와 미지의 생명체를 찾아서/리사 칼테네거 지음·김주희 옮김/368쪽·1만9000원·쌤앤파커스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제임스 웹 망원경으로 관측해 공개한 우주 영상. 밝게 빛나는 점 하나하나 우리 은하계와 같은 은하다. 저자는 현대 우주천문학은 생명체의 존재를 ‘확인 가능한 대상’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고, 이제 외계 생명체 발견의 문턱에 서 있다고 말한다. 동아일보DB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제임스 웹 망원경으로 관측해 공개한 우주 영상. 밝게 빛나는 점 하나하나 우리 은하계와 같은 은하다. 저자는 현대 우주천문학은 생명체의 존재를 ‘확인 가능한 대상’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고, 이제 외계 생명체 발견의 문턱에 서 있다고 말한다. 동아일보DB

아직 확실한 증거를 찾지는 못했지만, 우주에 다른 생명체가 존재할 거라는 데 의문을 품는 사람은 이제 별로 없는 것 같다. 오히려 이 광대한 우주 공간에 오직 우리만 존재할 거라 생각하는 게 더 이상하지 않을까. 그런데, 그들은 어디에 있을까?

미국 코넬대 천문학과 교수이자 칼 세이건 연구소 소장인 저자가 최신 과학 기술을 이용해 외계 생명체를 찾는 여정을 그렸다. 전문적인 내용이지만, 천문학의 바이블로 불리는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처럼 술술 읽힌다. 행성 모형 제작과 빛 지문 연구의 선구자인 저자는 ‘우주의 빛’ 해독을 통해 마치 신대륙을 찾는 콜럼버스처럼 생명체가 존재하는 외계 행성을 탐사한다. 행성에서 방출되는 빛에는 지문처럼 그 행성의 환경, 생명체와 상호작용한 흔적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를 지구와 비교해 생명의 단서를 찾는 식이다.

“우리는 먼 우주에서 잠재적 지구를 최초로 발견했다. … 우리는 발견한 행성이 진짜인지 확인해야 했다. 일관된 데이터가 도출되는지 알아보기 위해 검증을 거듭 반복했다.”(6장 ‘우주는 머나먼 상상이 아니다’에서)

저자와 동료들이 발견한 행성은 지구에서 1200광년 떨어진 거문고자리에 있는 ‘케플러-62 e’와 ‘케플러-62 f’다. 케플러-62 e는 지구보다 60% 정도, 케플러-62 f는 40% 정도 더 크다. 또 호흡이 가능한지는 아직 명확히 알 수 없지만, 표면 온도가 상당히 따뜻하고 포근해 생명체가 거주하기 적합한 ‘암석형 행성’으로 파악됐다. 지구가 바로 태양계에서 가장 큰 암석형 행성이다. 지구보다 질량이 크고 중력이 강해 더 많은 물을 유지할 수 있어 표면 상당 부분이 지구처럼 깊은 바다로 뒤덮여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64개의 전파망원경이 연결된 칠레 북부의 ‘아타카마 대형 밀리미터 관측망(ALMA)’. 현대 천문학은 ‘눈’이 아닌 빛과 전파로 우주의 기원을 탐사한다. 동아일보DB
64개의 전파망원경이 연결된 칠레 북부의 ‘아타카마 대형 밀리미터 관측망(ALMA)’. 현대 천문학은 ‘눈’이 아닌 빛과 전파로 우주의 기원을 탐사한다. 동아일보DB
이쯤 되면 누구나 ‘외계인이 있을까’ 하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저자는 “우리는 외계‘인’을 찾지 않는다”고 말한다. 실제로 지구조차도, 지구 역사 대부분 시간 동안 인간이 생존할 수 없는 환경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른 행성에서 인간 같은 생명체가 있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대신 다양한 환경 속에서 살아남은, 우리가 이해하기 힘든 ‘생명체’는 존재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극한 환경 미생물은 인간이 생존할 수 없는 조건에도 적응한다. 만약 극한 환경 미생물이 말할 수 있다면, 이들은 인간에 관해 어떤 이야기를 할까? 아마도 인간이 견뎌야 하는 끔찍한 조건을 두고 탄식할 것이다.”(4장 ‘우주에서 생명체를 찾는 법’에서)

뜨거운 유황 온천에 사는 미생물 입장에선 엄청나게 차고 산성도가 낮은 물을 먹고 사는 인간이 아마 슈퍼맨처럼 보일 수 있다. 따라서 인간처럼 진화하는 것은 우리 관점에서는 정상이지만 방대한 우주 환경에서는 극히 예외적인 일이다. 진화 경로가 지구와 다른 행성에서는 인간은커녕 지구 생물과 비슷한 생명체조차 있어야 할 의무가 없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제 인류가 외계 생명체의 존재를 ‘확인 가능한 대상’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고, 외계 생명체 발견의 문턱에 와있다고 말한다. 그것이 미생물이든, 세포든, 곤충이나 그 어떤 모습이든 ‘외계 생명체 발견’이라는 어마어마한 뉴스를 보게 될 날이 머지않았다는 주장이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발견하면 찾아가게 되고, 찾아가면 가지고 오게 된다. 그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 가슴이 뛴다.

#우주 탐사#외계 생명체#천문학#암석형 행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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