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 ‘은둔형 외톨이’ 마음에 노크를 [책의 향기]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2월 22일 01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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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둔 청년 10년간 상담한 저자
실패 용인 않는 사회에서 고립
청년들의 진솔한 이야기 담아
◇웅크린 마음이 방 안에 있다/김혜원 지음/300쪽·1만9000원·흐름출판


민수(가명)는 학창 시절 오랜 집단 괴롭힘과 폭력으로 자퇴한 뒤 몇 년간 방황했다. 그리고 은둔했다. 은둔 중인 민수는 주변에 “다 지난 옛날 일이라 괜찮다”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다”고 했다.

하지만 진짜 괜찮은 줄 알았던 민수로부터 예상치 못한 순간 분노가 터져 나왔다. 엄마가 “밥 먹으라”고 부를 때나 길에서 모르는 사람과 눈이 마주쳤을 때, 혹은 TV 드라마를 시청 중일 때. 그의 트라우마와는 좀체 연결점을 찾을 수 없는 순간들이었다.

스스로도 주체하지 못하는 감정에 눈물을 글썽이며 당황해하는 민수를 달래준 건 심리상담가인 저자였다. 저자는 “마음에 있는 상처를 직시하고 확인하는 과정은 원래 불편하다”며 곪아 있는 감정을 조심스레 끄집어냈다. 민수가 세상 밖으로 나오도록 손길을 내민 것이다.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된 은둔 청년들의 속마음을 전하면서, 이들에 대한 오해도 해소하도록 돕는 에세이다. ‘PIE나다운청년들’ 대표이자 청소년문화상담학과 교수인 저자는 국내에서 최근 10년 동안 자신만큼 많은 은둔형 외톨이 청년들을 만난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자부한다.

최대 50만 명. 국내 고립·은둔형 외톨이 청년의 추정 숫자다. 책엔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편견을 깨는 내용이 담겼다. 이 청년들은 사람이나 사람과의 관계를 싫어하는 게 아니다. 단지 사람으로부터 받을 상처를 두려워할 뿐이다. 또 인터넷 과몰입이나 게임 중독 때문에 은둔하는 것이 아니라, 고립·은둔 상태에 빠진 뒤 과몰입과 중독 증세를 보이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경제활동을 하지 않고 집에만 있으니 맘 편히 살 것’이라고 오해하는 이들도 없지 않다. 하지만 청년들은 “매일매일 괴롭고 불안하다. 스스로 너무 밉고 한심하다”고 저자에게 털어놓는다.

상담에 임한 청년들이 털어놓는 고민 가운데 “나 자신이 누군지, 내가 뭘 좋아하는지 모르겠다”는 말이 가장 많다고 한다. 우리 사회가 ‘나를 둘러싼 세상’에 대해선 끊임없이 공부하도록 강요하지만, 정작 ‘나’에 대한 공부는 등한시하고 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실패를 허락하지 않는 사회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청춘들은 오늘도 자신의 방 안에 더욱 깊게 파묻힌다. 우리 사회가 은둔형 외톨이 청년들을 어떻게 품을 것인지 묻는 책이다.

#은둔형 외톨이#청년 상담#고립#심리 상담#사회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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