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관찰이 아니다/잠수다/강물을 사랑하는 사람은/아름답다고 말하지 않고/그냥 뛰어든다”(사랑) “하지만 그것이 ‘민(民)’을 갈라 특정화하거나 민중에 영합하거나 신분과 지위의 전도를 목적으로 한 단순한 하극상으로 잘못 비칠 때 오히려 민주주의는 만종을 울린다.”(민주주의)
고(故)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의 통찰이 빛나는 짧은 글이다. 고인은 작고하기 7년쯤 전부터 자신의 어록집을 내고 싶다는 뜻을 주변에 여러 차례 밝혔다고 한다.
“나 아니면 할 수 없는 말을 모아서 사전을 만들어 주게나.”
그 뜻에 따라 고인의 3주기를 맞아 발간된 어록집이다. 출판사 측은 “그가 평생 남긴 말과 글에서, 오직 ‘이어령의 사유’로 재정의된 수천 개의 단어와 문장을 모아 엮었다”고 했다. “이어령 장관님은 ‘보통 사람은 죽음이 끝이지만, 내 말과 생각이 남아 있다면 나는 그만큼 더 오래 사는 셈’이라고 했습니다. 그 말씀처럼 우리는 언제든지 장관님이 남기신 수많은 문장들을 통해 장관님을 만날 수 있으니 참으로 다행입니다”라는 추모사(지난달 26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그대로인 책이라 반갑다.
“언어는 내 것도 아니며 네 것도 아니다. 조상들의 것이며 동시에 우리들의 것이자 또한 먼 내 자손들의 영혼을 담는 그릇이다.”(시간) 특히 짧은 글에서 빛을 발했던 그의 사유는 곱씹을수록 깊은 맛이 난다. 어록집은 이번 책을 1권으로, 앞으로 시리즈로 계속 발간될 예정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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