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자신의 얼굴이 담긴 작품 ‘Over My Dead Body’ 옆에 선 모나 하툼.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즐거운 나의 집은 항상 즐겁기만 할까?’
밥을 먹기 위해 온 식구가 모여 앉는 식탁 위 식기에 전선을 주렁주렁 연결해 전기를 통하게 한다. 치즈 강판을 커다랗게 만든 모양의 침대를 놓고, 무언가를 가려야 할 파티션에는 철조망을 달아 버린다. 흔히 볼 수 있는 사물을 비틀어 관객이 불안한 상상을 하게 만드는, 현대 미술가 모나 하툼의 작품들 이야기다.
일상을 도와줄 거라 믿었던 것들의 배신. 1980년대부터 그가 보여준 ‘불편함’은 미술계를 사로잡았다. 영국 테이트모던과 프랑스 퐁피두센터, 미국 뉴뮤지엄과 독일 카셀 도큐멘타, 이탈리아 베니스 비엔날레 등에서 수십 년에 걸쳐 조명되고 있다. 올해는 런던 바비컨센터에서 자코메티와 2인전을 앞둔 하툼이 갤러리 전시로 한국을 찾았다.
5일부터 화이트큐브 서울에서 개인전을 여는 작가 모나 하툼.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하툼은 개인전 개막을 하루 앞둔 4일 서울 강남구 화이트큐브에서 동아일보와 만나 “모두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들이 정말 그런지 질문을 던져 보기 위해 일상의 사물을 활용한다”고 했다.
“집에서 쓰는 가구는 ‘몸’과 관련 있죠. 앉거나, 눕거나, 기대도록 만든 것이니, 작품에 몸을 표현하지 않아도 사람들은 가구를 보고 저절로 자기 몸을 떠올리게 됩니다.”
안전할 것이라고 믿었던 무언가가 무너지고, 오래된 가치관이 무너지며, 자고 일어나면 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불확실성. 그건 이제 모든 세계인이 마주한 현실이 됐다. 팔레스타인인으로 레바논에서 태어나 영국 국적을 갖고 있는 하툼은 “작품은 나의 개인적인 경험해서 출발하지만 군더더기를 없애는 것은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감정을 느끼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했다.
하툼은 1997년 광주비엔날레를 비롯해 7차례 그룹전으로 국내에 작품을 선보였지만, 한국 방문은 처음이다. 그는 “인사동에서 마음에 드는 한지를 발견해 잔뜩 샀다”며 “다른 골동품점에도 흥미로운 게 많았는데 문을 닫아 제대로 볼 수 없었다”고 아쉬워했다. ‘일 말고 다른 건 한국에 궁금한 게 없었냐’고 묻자 그는 두 팔을 쫙 뻗더니 “다이소!”라며 웃었다. 한국의 일상 속 물건에서 하툼은 어떤 영감을 얻었을까. 답은 새 작품이 나올 때쯤 알아볼 수 있겠다. 4월 12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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