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무가 오하드 나하린 “누구나 춤춰야 한다는 메시지 읽히길 바라”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3월 12일 15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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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발레단 ‘데카당스’ 안무가 오하드 나하린

“춤을 추면서 거울을 보는 건 무용계의 실수예요. 거울은 무용수가 세상을, 영혼을 보지 못하게 만들죠. 이번 서울시발레단의 연습 때도 거울은 전부 커튼으로 가렸습니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고치기보다 움직임 자체를 느낄 수 있도록요.”

서울시발레단이 14~23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하는 ‘데카당스’의 안무가 오하드 나하린(73)은 12일 극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하린은 무용수의 감각을 극대화하는 훈련 방식인 ‘가가(Gaga)’를 개발한 이스라엘 출신 스타 안무가다.

세계적 현대무용단인 ‘바체바 무용단’을 2018년까지 약 30년간 이끌었고,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 네덜란드 댄스 시어터 등의 안무를 맡았다. 그의 일대기는 영화 ‘미스터 가가’,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무브’로 제작되기도 했다.

나하린이 내한해 공연을 여는 건 2007년 바체바 무용단의 ‘쓰리’ 이후 18년 만이다. 이번에 서울시발레단과 호흡을 맞추는 작품은 그의 대표작들을 하나로 엮은 ‘데카당스’. 앞서 2002년 첫 내한 공연에서 선보인 ‘데카당스’와 표지는 같지만 속은 다르다.

지난번 공연이 1992~2002년 안무한 작품들로 이뤄졌던 것과 달리 이번 공연은 1993년 초연된 ‘아나파자(Anaphaza)’뿐 아니라 2023년 ‘아나파세(Anafase)’ 등 최신작을 아우른다. 그는 “무용단별로, 버전별로 매번 변화하는 작품”이라며 “서울시발레단과 잘 어울릴 수 있도록 구성을 고민했다”고 했다.

원래 7편의 대표작에서 발췌하려 했던 계획은 열흘 전 서울시발레단의 연습 영상을 본 뒤 8편으로 늘었다. 영상에 담긴 무용수 각각의 목소리와 아름다움, 강렬한 감정이 공연에 더 잘 묻어나면 좋겠다고 직감했기 때문이다. 추가된 작품은 히브리어로 ‘들판’을 뜻하는 ‘사데(Sadeh)21’로, 마치 한 장의 사진처럼 연출된 움직임이 특징이다. 공연에는 서울시무용단 소속 시즌 무용수 18명과 프로젝트 무용수 4명 등 총 22명이 출연한다.

“통상 무용수들은 비슷한 것을 반복하다보니 새 아이디어를 시도하는 걸 어려워하게 돼요. 그래서는 관객에게 특별한 뉘앙스를 주기 어렵죠. 그런데 재능 있고 감성 풍부한 서울시발레단 무용수들에게서 보석을 발견했어요. 한국에 온 지 고작 이틀 됐는데 꽤 오래 있었던 느낌입니다.”

공연에서는 나하린 특유의 자유롭고도 강렬한 움직임, 이스라엘 전통음악부터 쿠바의 맘보에 이르는 다채로운 음악을 오롯이 느껴볼 수 있다. 그는 “누구나 춤을 춰야 한다는 메시지가 읽히기를 바란다”며 “삶에는 어려운 것 투성이지만, 생존을 위해서가 아닌 그 자체로 예술적인 것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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