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인 저자가 ‘한국은 지금 어디쯤 와 있으며, 어디로 가는지’에 관해 여러 매체에 쓴 글을 묶었다. 저자는 한국이라는 공동체를 다시 사유하는 일은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됐다고 분석한다. 역사와 영화, 도서, 신화 등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통해 독자들이 그간 한국을 이해하던 방식을 돌이켜보도록 만든다. 비상계엄과 탄핵 등 국가적 위기의 시점에 한국의 정체성을 짚은 책이어서 더욱 눈길이 간다. 김영민 지음·어크로스·1만8800원
● 우리의 연애는 모두의 관심사
작가 4명이 뭉쳐 불륜, 은밀한 욕망 등 사회가 금기시하는 내용을 주제로 낸 소설집이다. 사회의 모순, 계급과 젠더, 권력의 이야기를 소설에 녹여냈다. 본문 각 작품의 마지막에는 작품에 등장하는 음악들의 QR코드를 삽입해 작품 이해를 돕는다. 말미에는 이 소설집의 원고를 끝마치지 못하고 지난해 작고한 정아은 작가에 대한 기억을 담아 ‘작가의 말’을 수록했다. 장강명 차무진 소향 정명섭 지음·마름모·1만6000원 ● 외로움의 책
함께하면 집단에 갇히고, 혼자라면 자기 안에 갇힐 수밖에 없는 인간이란 존재. 신간은 인간 존재의 모순을 입체적으로 들여다보며, 혼자가 되고 싶은 갈망과 연결되고 싶은 욕구 사이의 균형을 찾아 나선다. 외로움은 채워야 할 결핍이나 벗어나야 할 고통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면서 마주해야 할 존재의 방식이라고 정의하며, 외로움을 더 섬세하게 감각할 것을 제안한다. 다이앤 엔스 지음·박아람 옮김·책사람집·1만9800원
● 시와 물질
시인은 생태와 인간을 착취하는 현대사회의 구조가 더는 지속 불가능한 위기에 놓여 있음을 직시한다. 제빵 공장에서 사망한 노동자를 생각하는 ‘샌드위치’, 자신의 장례 비용을 남겨 놓고 스스로 숨을 거둔 기초생활수급자의 이야기인 ‘존엄한 퇴거’, 12·3 비상계엄 전후 여의도의 모습을 그린 ‘광장의 재발견’ 등 현시대와 긴밀하게 맞닿아 있는 시어와 주제가 돋보인다. 나희덕 지음·문학동네·1만2000원
● 인생길 중간에 거니는 시의 숲
연세대 영문과 교수인 저자가 중년에 접어든 이들을 위로하는 ‘인생 시’를 소개한다. 14∼20세기 영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등 다양한 언어로 이뤄진 시 30편을 해설한다. 옛 사랑과 외로움, 죽음과 안식 등 다양한 주제의 시는 빠르게 지나가는 삶 속에서 잠시 인생을 되돌아보게 한다. 저자는 “끝없이 사라지는 젊음을 지켜보려 버둥거리는 것보다 중년에 맞는 정서를 함양하는 게 현명하다”고 덤덤히 조언을 건넨다. 윤혜준 지음·교유서가·1만8000원
● 나중에 누가 돼지갈비 사주겠나
초고령사회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소수자들이 일상의 돌봄에 대해 기록한 책이다. 노인과 지체장애인, 발달장애인의 어머니 등 22명이 자신의 일상 사진을 찍어 경험을 전달하는 ‘포토보이스’ 활동에 참여했고, 동국대 인구와사회협동연구소 소속 교수 5명이 참여자들의 구술 등을 정리했다. 낱낱이 기록된 노화, 장애, 돌봄의 흔적은 그동안 소수자에 대해 차가운 시선을 보내 온 사회에 경종을 울린다. 김정석 등 지음·이매진·1만86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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