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계절의 물리학’ 낸 김기덕 박사
獨서 초전도체-반도체 등 연구하며
야구배트 등 일상속 물리학 풀어내
“아무도 이해못하면 소리없는 외침”
신간 ‘모든 계절의 물리학’을 낸 독일 막스플랑크 고체연구소 박막기술팀장 김기덕 박사.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물리학은 마술이 아니에요. 미스터리할 게 하나도 없죠.”
일반적으로 ‘물리학’ 하면 다소 난해하다는 이미지가 있다. 하지만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에 재직 중인 물리학자 김기덕 박사(35)는 이러한 이미지는 사회적 통념이라고 반박한다. “지금까지 물리학의 트렌드는 너무 미스터리한 것들에 초점이 맞춰졌어요. 양자역학이나 상대성이론 등은 쉽게 다가서기 어렵죠. 물리학을 대중으로부터 너무 멀리 보낸 겁니다.”
최근 신간 ‘모든 계절의 물리학’(다산북스)을 출간하며 한국을 찾은 김 박사를 16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났다. 그는 막스플랑크 고체연구소 박막기술팀장이자 초전도체, 반도체를 연구하는 고체물리학자다.
신간에는 물리 중독자의 렌즈로 본 세상이 가득 담겼다. 야구 배트나 커피포트, 러닝화, 노이즈캔슬링 등 일상 어디에나 있는 물리학 원리를 소개하려 했다. 그는 “국어국문학과 출신인 아내를 타깃 독자라고 생각하고 썼다”며 “원고를 먼저 보여주고 ‘이해할 수 있다’고 할 때까지 계속 보완했다”고 했다. 책에 실린 삽화 54개도 태블릿PC로 직접 그렸다.
김 박사의 주된 연구 과제는 수 나노미터 두께의 양자 물질 ‘박막’을 만드는 것. 그런 바쁜 와중에도 대중 저술 활동을 병행하는 이유에 대해 “물리학은 하나의 교양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아무리 물리학에서 ‘이게 중요해요’라고 말해도, 아무도 이해하지 못한다면 소리 없는 외침에 불과하죠. 가령 국내에서 ‘LK-99’ 초전도체 진위 논란이 있었을 때도 물리학의 기본적 지식만 있으면 오해를 크게 줄일 수 있었습니다. 사실 초전도체는 역사가 100년이 넘은 연구 분야예요. 비슷한 스캔들이 세계적으로 굉장히 많은 분야죠.”
그가 속한 막스플랑크 연구소 역시 대중 활동을 적극 장려한다고 한다. 지금까지 노벨상 수상자만 39명을 배출한 세계적 연구기관이다.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물리학과 기초학문에 대한 관심이 낮아지고 있습니다. 물리학을 꿈꾸는 사람들, 또 저와 함께 물리학을 연구할 이들이 줄어가고 있는 셈이죠. 관심 갖는 사람이 많아져야, 그중 1%라도 물리학자가 나오지 않을까요?”
그는 이를 위해 아마추어 과학자들이 더 늘어나길 소망했다. “과학이 하나의 취미가 돼야 한다”는 게 그의 믿음이다.
“아마추어 천문학자들을 보면 굉장히 열정적이거든요. 몇 시에 어디를 봐야 무슨 별이 보이는지 줄줄 꿰고 있죠. 아마 별을 보는 즐거움, 어느 위치에 어떤 별이 뜨는지 아는 즐거움 때문일 텐데요. 물리학도 이렇게 즐길 수 있다는 걸 많은 분들이 알아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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