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식 없는 무덤에 이름만 새겨지길 원합니다”[프란치스코 교황 유언장 전문]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4월 22일 10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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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부터 세계 가톨릭 신자를 이끌어 온 프란치스코 교황이 21일(현지 시간) 선종했다. 지난해 11월 20일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서 수요 일반 알현(weekly general audience)을 마친 뒤 신도들에게 미소를 지으며 손을 들어 인사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바티칸=AP 뉴시스
21일(현지 시간)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난한 이들의 친구’라는 말에 걸맞게 소박한 장례를 당부하는 유언장을 남겼다. 다음은 바티칸이 공개한 유언장 전문.

‘자비로이 부르시니’(Miserando atque eligendo)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의 이름으로. 아멘.

나의 지상 삶이 저물어감을 느끼며, 영원한 생명에 대한 확고한 희망 안에서, 나는 오직 내 묘소의 위치에 관한 마지막 뜻을 밝히고자 합니다. 나는 평생 동안, 그리고 사제와 주교로서의 사목 직무를 수행하는 내내, 언제나 우리 주님의 어머니이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께 나 자신을 온전히 맡겨왔습니다. 그러므로 나는 내 육신이 부활할 날을 기다리며 로마 성모대성당(Basilica of Saint Mary Major)에 안치되기를 원합니다.

나는 나의 마지막 지상 여정이 바로 이 오래된 성모 성지에서 끝나기를 원합니다. 나는 사목 방문의 시작과 끝마다 이곳에 들러 기도하며, 나의 뜻을 원죄 없으신 성모님께 맡기고, 그분의 자애롭고 모성적인 보살핌에 감사드리곤 했습니다.

나는 나의 무덤이 대성전 내 로마 백성의 구원 경당(Pauline Chapel)과 스포르차 경당(Sforza Chapel) 사이 복도의 묘지 공간에 마련되기를 바랍니다. 이는 첨부된 도면에 표시되어 있습니다. 무덤은 지면 아래에 마련되어야 하며, 특별한 장식 없이 단순하고 ‘Franciscus’라는 이름만 새겨지길 원합니다. 장례 비용은 내가 로마 성모대성당에 이체하도록 지시한 후원금으로 충당될 것입니다. 나는 이와 관련하여 롤란다스 마크리카스 추기경에게 필요한 지시를 이미 전달하였습니다.

나를 사랑해 주시고, 지금도 나를 위해 기도해 주시는 모든 분께 주님께서 마땅한 상을 내려주시길 기도합니다. 나의 삶의 마지막 시기 이 고통을, 나는 세상의 평화와 인류의 형제애를 위하여 주님께 봉헌합니다.

2022년 6월 29일, 성녀 마르타의 집에서
프란치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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