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기념앨범 낸 양성원 첼리스트
엘가의 협주곡-피아노 5중주 담아
내달 27일엔 마라톤 콘서트 계획
엘가의 첼로 협주곡과 피아노 5중주를 새 앨범 ‘에코 오브 엘레지’에 담은 첼리스트 양성원. 그는 두 곡이 위엄과 슬픔을 오가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유니버설뮤직 제공
50년 전인 1975년 3월, 동아일보 주최로 이화여대 강당에서 열린 첼리스트 야노스 스타커(슈터르케르 야노시) 독주회는 여덟 살 어린이의 삶을 바꿔놓았다.
첼리스트 양성원(58·연세대 교수)이 이런 첼로와의 인연 50주년을 기념해 에드워드 엘가의 작품들을 담은 새 앨범 ‘에코 오브 엘레지(Echo of Elegy)’를 15일 데카 레이블로 발매했다. 제1차 세계대전 후 작곡된 엘가의 첼로 협주곡과 피아노 5중주를 담았다.
양성원은 14일 서울 영등포구 신영체임버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두 곡 모두 내면적이면서도 서로 다른 방식으로 애가(哀歌)의 감정을 담고 있다”며 “첼로 협주곡이 상처와 기억의 음악이라면 5중주는 시적이고 영적인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첼로 협주곡은 한스 그라프가 지휘하는 런던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협연했다. 1919년 이 작품을 엘가 자신의 지휘로 초연한 악단이다. 양성원은 “이 협주곡은 나의 음악적 여정에서 언제나 곁을 지킨 동반자”라며 “첫 화음을 연주하는 순간부터 첼리스트들은 위엄인지 슬픔인지, 혹은 둘 다인지 계속해서 (내면을 표현하는) 시험에 들게 된다”고 말했다.
피아노 5중주는 피아니스트 박재홍, 바이올리니스트 송지원과 임지영, 비올리스트 김상진이 함께했다. 그는 “엘가가 마지막 순간까지 곁에 두고 들었던 작품”이라며 “후기 실내악 작품들이 엘가에게 얼마나 각별한 의미였는지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부친(고 양해엽)과 형(양성식)이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환경에서 자란 양성원이 첼로를 선택한 건 ‘순전히 우연’이었다고 한다. 여덟 살 때 본 스타커 공연의 감동이 평생을 좌우했다. 프랑스 파리 음악원을 졸업한 뒤 미국 인디애나대에서 스타커의 제자가 됐다. 어린 시절의 우상이 평생의 사부가 된 것이다.
50년 음악 여정 중 첼로를 그만두고 싶은 순간도 두 차례 있었다.
“파리 음악원 재학 시절에 경쟁에 지쳐 잠시 첼로 케이스를 닫았죠. 1990년대 초반에는 비행기와 리허설로 반복되는 삶에 의문이 들어 자연 속에서 살아가고 싶은 순간이 있었어요. 결국 다시 첼로 케이스를 열게 만든 계기는 좋은 공연이었습니다. 마음을 흔드는 연주를 보고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양성원은 5월 27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첼로와 50년’ 마라톤 콘서트도 준비하고 있다. 윌슨 응이 지휘하는 수원시립교향악단과 함께 차이콥스키 로코코 주제에 의한 변주곡, 엘가 첼로 협주곡, 드보르자크 첼로 협주곡 세 곡을 하루에 연주한다. 그는 “단순한 음악적 이벤트가 아니라 음악 인생 전체에 대한 감사의 표현”이라며 “내 음악을 가능케 했던 모든 분께 바치는 무대”라고 전했다.
양성원은 프랑스 본 베토벤 페스티벌과 평창대관령국제음악제 예술감독, 트리오 오원의 리더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는 “인공지능(AI) 시대가 도래한 지금, 오히려 사람의 감정을 울리는 ‘느린 음악’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며 남은 음악 인생은 나눔의 시간으로 채우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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