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림 시인 유고시집 발간…‘살아 있는 것은 아름답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5월 14일 15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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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지않아 가마득히 사라질 것이어서 더 아름답다/살아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지난해 5월 22일 타계한 고(故) 신경림 시인(1935~2024)의 유고시집 ‘살아 있는 것은 아름답다’(창비)에 실린 시 ‘살아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의 한 구절이다. 삶의 유한함을 긍정하고 현재를 충만히 살아갈 것을 당부하는 듯하다. 16일 출간되는 유고시집은 시인이 생전 마지막으로 펴낸 ‘사진관집 이층’ 이후 11년 만에 나오는 것이다. 잡지나 신문에 발표한 시와 미발표 유작 가운데 총 60편의 작품을 도종환 시인이 엮었다.

14일 서울 마포구 창비사옥에서 열린 신경림 시인 유고시집 ‘살아 있는 것은 아름답다’ 출간 간담회에서 도종환 시인과 고인의 차남 신병규 씨 등이 시집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창비 제공
14일 서울 마포구 창비사옥에서 열린 유고시집 출간 기자간담회에는 도 시인과 신경림 시인의 차남인 신병규 씨, 송종원 문학평론가가 참석했다. 도 시인은 “시집에 실을 시들을 검토하면서 ‘한결같다’는 말이 제일 먼저 떠올랐다”며 “거창한 것을 내세우거나 자기를 과장하거나 허세를 부리지 않고, 작은 것, 하찮은 것, 낮은 데 있는 것들을 향한 연민과 애정이 한결같다”고 말했다. “유명한 시인이 되면 어깨에 힘 들어가고 목소리에 거창한 힘을 실으려고 하기 쉬운데 선생님은 그러지 않으셨어요. 여전히 자기 성찰의 자세를 보이는 시들이 실려 있습니다.”

신 씨는 고인의 생전 가족과의 소소한 일화를 소개했다. 한번은 중학교에 다니던 손녀(신 씨의 딸)가, 시험 문제로 할아버지 시가 나왔는데 많이 틀렸다고 했다. 시험지를 집에 가져와서 할아버지와 같이 풀었더니 할아버지는 다 틀렸다는 것. 손주들에 대한 할아버지의 애틋한 마음은 고스란히 신간에 담겼다. “퇴원해 귀가하는 차 안에서,/거실 창밖으로 산언덕을 바라보며, 핸드폰 속에서 울리는 손자들의 목소릴 들으며, 나는 행복했는데”(‘미세먼지 뿌연 날’ 중에서)

신 씨는 “1986, 87년경 아버지께서 대우에서 나온 시커멓고 뚱뚱한 워드 프로세서 기계를 어디서 들고 오셨다. 엄청 좋아하시면서 그때부터 그걸로 작업을 하셨다”고 회상했다.

고인은 1956년 등단 이래 ‘농무’ ‘가난한 사랑노래’ ‘목계장터’ 등을 남기며 평생 빈자와 노동자들의 삶을 대변했다. 이번 시집 4부에도 세월호 참사 등 시대의 아픔을 끌어안고 함께 아파하는 시가 담겼다. 도 시인은 “이웃이 아프면 자기도 아픈 사람이 시인이라는 것을 보여주셨다”고 했다.

시집은 “흙먼지에 쌓여 지나온 마을/멀리 와 돌아보니 그곳이 복사꽃밭이었다”(‘고추잠자리’ 중에서)는 시구처럼 고단한 삶이라도 그 자체로 아름답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시집의 제목에 대해 도 시인은 “선생님이 (살아계셨다면) 이런 말씀을 우리에게 해 주실 것 같아 정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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