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에 자유를…귀국 두렵지 않아” 칸 황금종려상에 이란 반체제 감독 자파르 파나히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5월 25일 14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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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종려상을 받은 이란 감독 자파르 파나히. AP 뉴시스


“아무도 우리가 뭘 입어야 하는지, 무엇을 하고 하지 말아야 하는지 말할 수 없다.”

24일(현지시간)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제78회 칸국제영화제 폐막식. 검은색 선글라스를 끼고 무대에 선 이란 감독 자파르 파나히(65)는 이렇게 소감을 밝혔다. 그는 “국내외 모든 이란인들은 모든 문제와 차이를 제쳐두고 힘을 합쳐야 한다”며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의 자유”라고 했다.

황금종려상을 받은 이란 감독 자파르 파나히. AP 뉴시스

그가 연출한 영화 ‘잇 워스 저스트 언 액시던트’(It Was Just An Accident)는 이날 폐막식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의 주인공이 됐다. 반체제 인사들의 삶과 고뇌를 현실감 있게 담아낸 이 작품은 심사위원단으로부터 “어둠을 용서와 희망으로 바꾸는 예술의 힘을 증명한 영화”라는 찬사를 받았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프랑스 배우 쥘리에트 비노슈는 수상작을 발표하며 “예술은 우리의 가장 소중하고 살아 있는 부분의 창의적 에너지를 움직인다”고 말했다.

파나히는 2010년 반정부 시위에 연루돼 영화 제작과 출국이 금지됐고 이후 몰래 제작한 작품들을 해외 영화제에 출품해왔다. 2022년에는 다시 수감됐으나 2023년 단식 투쟁 끝에 보석으로 석방됐다. ‘잇 워스 저스트 언 액시던트’는 석방 이후 처음으로 만든 장편영화로 한 남자가 감옥에서 자신을 고문한 경찰과 닮은 사람을 길에서 마주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작품이다. 파나히 감독은 신작을 이란 당국의 감시를 피해 비밀리에 촬영했다. 최근에는 출연진 일부가 당국에 소환돼 조사를 받는 등 압박이 계속되고 있다.

파나히 감독은 수상 직후 AF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 상은 나만의 것이 아니다. 지금 당장 활동할 수 없는 모든 이란 영화 제작자들을 위한 것”이라며 “내일 귀국할 예정이며, 전혀 두렵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또 로이터통신에 “수상하든 못하든 나는 다시 돌아갔을 것”이라며 “도전을 두려워하지 말라”고도 했다.

황금종려상을 받은 이란 감독 자파르 파나히. AP 뉴시스

이번 황금종려상 수상으로 파나티 감독은 세계 3대 영화제 최고상을 모두 거머쥔 다섯 번째 감독이 됐다. 앞서 그는 이탈리아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써클·2000년)과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택시·2015년)을 수상한 바 있다.

2등 상인 심사위원대상은 두 자매가 관계가 소원한 아버지와 겪는 일을 그린 덴마크 출신 노르웨이 감독 요아킴 트리에르의 ‘센티멘털 밸류’가 받았다. 심사위원상은 모로코를 배경으로 실종된 딸을 찾아 나선 아버지의 이야기를 그린 스페인·프랑스 영화 ‘시라트’(올리비에 라시)와 여러 세대에 걸친 인간 드라마를 그린 독일 작품 ‘사운드 오브 폴링’(마샤 실린슈키)에 공동으로 돌아갔다. 올해는 경쟁 부문에 진출한 한국 영화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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