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부산현대미술관 제공김채린 작가의 ‘하나인 27가지 목소리’ 작품에서는 물컹한 실리콘이 덕지덕지 붙어 있는 조각을 만지면, 실리콘 마찰음이 변형된 소리를 스피커에서 들을 수 있다. SEOM:(섬)의 ‘감각을 따라 걷기’는 아예 관객이 작품 위에 놓인 실들을 만지며 걸어 다니게 한다. 평소 미술 전시를 볼 때 ‘작품을 만지면 안 된다’는 원칙에 따라 제한했던 ‘촉감’을 마음껏 발휘하며 느껴지는 쾌감이 있다. 이 과정에서 미술관이 의외로 시각, 청각 등 특정한 감각만 중심이 된다는 걸 깨닫는다.
이밖에 시각을 잃은 후 변화된 감각 체계로 인간과 동물의 위계를 허무는 상상을 작품으로 만드는 에밀리 루이스 고시오(미국)의 조각 설치 작품, 뇌출혈 이후 왼손으로 창작 활동을 이어가는 그룹 라움콘(한국)의 ‘한 손 프로젝트’ 등이 소개된다. 전시장 속 ‘감각 스테이션’에서는 만질 수 없었던 다른 작품도 축소 모형으로 만들어 촉감을 느껴볼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참가한 국내외 예술가 20명뿐 아니라 부산맹학교 저시력 학생들, 돌봄 단체의 발달 장애인과 복지사가 함께 ‘다른 감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사전 프로그램’을 거쳐 완성됐다. 미술관 지하 1층 ‘극장을숙’에서는 장애에 대한 이해를 돕는 다큐멘터리 ‘실명에 관한 기록’과 시각 장애인 미술 애호가의 문화생활을 담은 ‘눈이 보이지 않는 시라토리 씨 예술을 보러 가다’ 등이 상영된다. 9월 7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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