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날레 앞둔 오겜…“이정재와 이병헌, 본격적인 가치관 대립”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6월 9일 15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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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동혁 감독이 9일 서울 용산구 서울드래곤시티에서 열린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3 제작발표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오징어 게임’ 시즌3은 자신만의 목적을 품고 다시 참가한 게임에서 가장 친한 친구를 잃고 만 ‘기훈’과, 정체를 숨긴 채 게임에 숨어들었던 프론트맨, 그리고 그 잔인한 게임 속에서 살아남은 참가자들의 마지막 운명을 그린 이야기​다. ⓒ News1

“시즌2에서 기훈(이정재)과 프런트맨(이병헌)이 나눴던 ‘인간에 대한 믿음’에 대한 대화가 시즌3에서 어떻게 마무리될지 지켜보면 재미있을 겁니다.”

9일 서울 용산구 서울드래곤시티 호텔에서 열린 ‘오징어 게임’ 시즌3 제작발표회. 시리즈 시즌 1~3의 각본·연출을 맡은 황동혁 감독(53)은 ‘피날레’를 장식하는 시즌3의 주요 관점 포인트로 인간의 선(善)을 믿는 기훈과 악(惡)을 옹호하는 프런트맨의 본격 대결을 꼽았다. 황 감독은 “시즌2에서 가장 친한 친구를 잃은 기훈이 죄책감과 절망감으로 바닥에 떨어졌다가 어떻게 (위기를) 다시 헤쳐나가는지를 담았다”며 “인간에 대한 믿음의 대결이자 가치관 승부가 벌어질 것”이라고 했다.

● 4년 9개월만의 ‘피날레’

황동혁 감독을 비롯한 출연자들이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드래곤시티에서 열린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 시즌3(감독 황동혁) 제작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 윗줄부터 시계방향으로 노재원, 양동근, 이진욱, 임시완, 강하늘, 위하준, 박성훈, 이다윗, 채국희, 강애심, 이병헌, 황동혁 감독, 이정재, 박규영, 조유리. 2025.06.09. 서울=뉴시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이달 27일 드디어 시즌3를 공개하며 마침표를 찍는다. 2021년 9월 첫 공개 뒤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에미상’ 6관왕에 오른 시즌1 이후 4년 9개월 만이다. 지난해 12월 공개된 시즌2 이후로 치면 6개월 만이다.

시즌3는 시즌2에서 프런트맨을 향한 반란에 실패했던 기훈이 절망에 빠졌다가 다시 게임을 시작하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공개된 예고편에서 기훈은 “왜 날 안 죽였냐. 왜 나만 살려 둔 거냐”고 절규하고 생존을 위한 게임에 내던져진다. 배우 이정재는 “기훈은 친구의 죽음, 게임장에 들어온 사람들을 살리지 못한 것에 대한 죄책감, 절망감을 딛고 이 게임 안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한다”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결정하고, 결국엔 결심하며 변모한다”고 했다.

반란을 진압한 프런트맨과 다시 게임에 던져진 기훈의 본격 대결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예고편엔 검은색 턱시도를 입은 기훈과 프런트맨이 서로 마주 보는 장면이 나온다. 배우 이병헌은 “프런트맨과 기훈의 본격적 대립이라고 볼 수 있는 스토리”라며 “시즌3는 클라이맥스와 결말이 있어 드라마적으로 강렬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고 했다.

시즌1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시즌2 ‘둥글게 둥글게’에 이어 시즌3에서도 한국 전통 놀이가 변형된 게임들이 등장한다. 황 감독은 “높은 다리를 건너다가 줄에 발목이 걸려 떨어지는 게임, 미로 같은 곳에서 술래잡기·숨바꼭질·경찰과 도둑 등 여러 게임의 요소가 조금씩 들어간 새로운 게임이 등장한다”며 “마지막에는 숨겨진 게임이 기다리고 있다”고 귀띔했다.

● 에미상, 또 받을 수 있을까

엄청난 기대감 못지않게 우려도 적지 않다. 시즌 2는 공개 직후 넷플릭스 글로벌 시청 시간 1위를 유지하며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하지만 미 골든글로브 TV드라마 작품상 수상 불발에 “시즌1보다 못하다”는 평가가 상당해 시즌3의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시즌3가 메시지에 짓눌릴 수 있단 평가도 나온다. “후기 자본주의 사회에서 벌어지는 많은 부작용에 대한 질문”이란 황 감독의 자평처럼 너무 깊이 있는 작품을 만들려다가 오히려 재미를 반감시킬 수 있다는 불안이다.

황 감독이 너무 많은 부담을 껴안은 것도 위험 요소다. 한국 드라마 제작 환경에서 한 명이 각본과 연출을 3개 시즌 연속으로 이끄는 경우는 흔치 않다. 한 영화제작사 관계자는 “신선한 게임과 잔혹한 연출로 화제를 모았던 시즌1과 달리, 시즌2는 넷플릭스의 천문학적인 ‘마케팅 폭탄’의 반사적 효과를 받았던 게 사실”이라며 “처음 시즌1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마지막까지 창의성과 유기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가 변수”라고 했다.

올 9월 미 에미상이 시리즈 전체를 최종 평가할 갈림길이 될 것이란 의견도 있다. 올해 에미상은 그해 5월까지 방영된 작품이 대상이라 시즌2가 해당되지만, 시즌3 공개 직후인 8월 결선 투표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시즌3에서 멋지게 완성되는 피날레를 보여주면 다시 한번 에미상에서 ‘오징어 게임 신드롬’을 재현할지도 모른다. 미 연예매체 버라이어티는 4일(현지 시간) “에미상 최우수 드라마 시리즈 부문 유력 후보는 (HBO 드라마) ‘화이트 로터스’인가, ‘오징어 게임’인가”라며 관심을 표명했다.

시즌3의 흥행 여부는 K-콘텐츠의 글로벌 지속성에 대한 시험대로도 꼽힌다. 성과에 따라 넷플릭스와 한국 제작사의 협업 향방도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마니아들의 충성도, 신뢰감 등 긍정적 요소와 기존 서사의 반복이라는 부정적 전망이 팽팽히 맞서는 상황”이라며 “시즌3가 작품을 어떻게 끝낼지, 관객에게 어떤 새로움을 줄지에 따라 K-콘텐츠의 향방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오징어게임#오겜#제작발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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