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작고 마른 몸으로 존재감 없던 15살 박지수는 어느 날 살이 붙더니 급속도로 거대해졌다. 이후 거식과 폭식을 반복하며 키 176㎝ 에 체중 50㎏을 유지하는 게 그의 유일한 관심사가 된다. 강 작가는 “왜 저렇게까지 하느냐는 질문이 당연히 나올 수밖에 없다”며 “지수의 절박함은 타인이 이해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다. 고통을 해결하고 싶어서 애쓰는데 보편적인 방법들이 자신에게 통하지 않는다. 그 절망감도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더, 더, 더 들어가려 했다”는 말마따나 작가는 집요하게 강박을 묘사한다. 체중 때문에 전교생 앞에서 망신을 당하는 대목에선 과연 강박을 초래한 게 지수인가 타인인가 묻는다. 어쩌면 아이에게 쏟아진 타인의 시선이 ‘사회적 감옥’을 만든 게 아닌가 질문하게 한다.
강 작가는 “루키즘(Lookism·외모지상주의)이 점점 강화되고 세분화되는 것 같다”며 “지수가 조금 빗나간 행동을 하는 게 (오히려) 자연스럽다고 생각했다. 그게 인물을 솔직하고 정직하게 따라가는 것”이라 설명했다.
“요즘 아이돌들, 너무 아름답죠. 하지만 아이돌 역시 산업의 일부라는 것, 전문가들이 정교하게 계산하고 자금을 투입해 만들어낸 결과물이라는 걸 염두에 둬야 합니다.”
소설에서 지수는 어느 날 오른쪽 날개뼈 아래쪽에서 극심한 통증을 느끼기 시작한다. 이 통증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알 수 없다. 마침 부위도 ‘날개’여서 환상통을 의심하게 한다. 강 작가는 “통증을 날개뼈 아래로 설정한 것도 손이 잘 닿지 않는, 거울로 보려 해도 잘 안 보이는, 누군가 봐줘야만 하는 위치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루키즘 강박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그리고 작가는 자유로울까. 강 작가는 자신은 “늦게 깨달아 가는 사람”이라고 했다.
“20대 때 스모키 화장을 좋아했어요. 근데 누구나 한마디씩 하는 거예요. 너무 진하다고. 사람들은 참 무관심한데 관심 있는 것 같은 말을 잘해요. 내가 나를 사랑해줘야 한다는 것. 그걸 저도 많이 늦게 깨달은 것 같아요. 일찍 깨닫기 어려운 사회 분위기라는 생각도 들고요.”
소설은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가혹한 묘사들이 적지 않다. 강 작가는 “어차피 모두에게 이해받을 순 없다”며 “누군가 지수의 절박함에 공명한다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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