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이후의 세계 어둡게 본 저자
“알파고 등장 후 AI가 바둑 가르쳐
모든 분야에서 이런 일 일어날 것”
◇먼저 온 미래(AI 이후의 세계를 경험한 사람들)/장강명 지음/368쪽·2만 원·동아시아
두려움을 한껏 고조시키다 갑자기 “그런데 괜찮을 수도 있어”라고 하면 이상하다. 반대도 마찬가지. 그래서 미래 전망을 다룬 책은 보통 한 방향으로 치우치는 경우가 많은데, 저자는 인공지능(AI) 등장 이후의 미래를 어둡게 본 것 같다. ‘악몽’이라고 부르는 것을 보니 말이다.
이 책은 AI가 변화시킬 미래 모습을 2016년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결로 ‘먼저’ 겪은 바둑계를 중심으로 들여다봤다. 저자의 지적대로 알파고 이후 프로기사들은 AI에 바둑을 배우는 처지가 됐다. 알파고 등장 이후 10년 가까이 지난 지금 AI를 이길 수 있는 프로기사는 아마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이런 모습이 앞으로 여러 업계에서 벌어질 것이며, 사람보다 일을 더 잘하는 AI가 ‘갑자기’ ‘싸게’ 보급되는 순간 우리는 AI가 만든 새로운 질서를 따라야 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리고 일단 이 같은 변질이 여러 분야에서 시작되면, 그로 인해 수혜를 보는 그룹이 생기기에 멈추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소설을 쓰는 데 필요한 게 창의성이든 문학성이든 뭐든 간에, 그걸 인간만 가질 수 있다고 말할 근거는 아무것도 없다. 알파고가 주는 교훈이 바로 그것이다.’(2. ‘오만과 편견, 그리고 창의성’에서)
엄청난 변화가 대단히 빠르게 닥칠 것이라는 데는 동의하지만, 그 모습이 과연 ‘악몽’일지는 잘 모르겠다. 당연한 말이지만, 다른 전망도 얼마든지 많기 때문. 분명한 것은, 결과가 좋든 나쁘든 인류는 그 ‘빠르고 엄청난 변화’에 적응할 것이라는 점이다.
1903년 12월 17일 ‘무모한’ 두 젊은이가 안전장치 하나 없이 자신이 만든 물체에 ‘매달리는’ 모험을 감행했다. 비행시간은 불과 12초. 그리고 1969년 7월 20일 인류는 달에 착륙했다. 두 사건 사이의 시간은 불과 66년. 상상하기 어려운, 눈알이 ‘핑핑’ 돌 정도의 변화에 적응해 왔다고 생각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AI가 인간의 ‘상상력’ ‘무모함’ ‘계산 없음’ ‘모험심’, 심지어 상당히 많이 위대한 업적을 낳은 ‘뻘짓’과 ‘실수’ ‘실패’까지 장착할 수 있을까? 영화 터미네이터의 명대사(‘The future is not set’)처럼, 미래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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