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소설 ‘조이 럭 클럽’ 작가의 새 관찰기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6월 28일 01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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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마당 탐조 클럽/에이미 탄 지음·조은영 옮김/500쪽·3만2000원·코쿤북스


“어린 새들은 언제나 나를 뒷마당의 일부로 봤다. 내 모습이 보이면 모이통을 채우기 전부터 시끄럽게 치카-치카 소리를 낸다.… 저 새들은 알껍데기가 세상의 전부였을 때 부모가 불러주던 사랑스러운 ‘피터-피터-피터’ 노래를 언제쯤 다 배울 수 있을까?”

매일 집 뒷마당에 찾아오는 새들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본 저자의 기록이 담겼다. 2017년부터 약 6년간 작성한 일지 90편을 모아 다듬었다. ‘까마귀들은 자기가 세상의 중심이 아니라는 것을 어느 시점에 배울까?’ ‘벌새 사이에서도 급진적인 여성 운동이 일어나는 걸까?’ 같은 질문에서 출발한 일지들은 발랄한 호기심으로 가득하다.

집요한 관찰과 세밀한 묘사를 따라가다 보면 새들이 지저귀는 뒷마당에 함께 앉아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저자는 세계적 영화감독 웨인 왕이 연출한 동명 영화로도 잘 알려진 장편 소설 ‘조이 럭 클럽’을 쓴 작가. “어떤 새들은 미끄럼 옆 덤불에 앉아 활강 경기를 지켜봤다. 옹벽의 먼 아래쪽 차선 배수로에 물이 흐르며 거품이 일었다” 등 생동감 있는 문장이 빼곡하다.

‘탐조 동아리(클럽) 회장’에 버금가는 저자의 방대한 식견도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책에 담긴 새는 얼룩무늬토히, 은둔지빠귀, 스텔라어치 등 60여 종에 이른다. 각각의 생태, 먹이, 짝짓기 방식 등이 읽기 쉽게 적혔다. 여기에 저자는 알록달록한 삽화들을 손수 그렸다. 큰뿔부엉이의 ‘쉬는 얼굴’ ‘공격할 때의 얼굴’ ‘배고파 죽겠는 얼굴’ 등을 구별해 그린 페이지는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저자는 종종 새의 세상을 거울 삼아 인생을 비춰 본다.

“새를 보면서 나는 태어나서 한 생을 살아 내고 결국 죽어서 다른 사람에게 기억되는 삶의 여정을 생각한다.… 성조(成鳥)에 대해 나는 그 새들이 내 앞에 있는 것이 기적이라고 느낀다. 왜냐하면 어린 새의 75퍼센트가 첫해를 넘기지 못하고 죽기 때문이다.”

#어린 새들#뒷마당#관찰#생태#삽화#탐조 동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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